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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공화주의 재해석 통해 국가 역할 조명
프랑스 공화주의 재해석 통해 국가 역할 조명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5.06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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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랑스사학회 전국학술대회

공화주의, 공화국 관련 논의가 학계에서 활발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프랑스사학회(회장 유희수·고려대)가 지난달 24일부터 이틀간 고려대에서 ‘프랑스의 열정: 공화국과 공화주의’라는 주제로 전국학술대회를 개최했다. 12명의 서양사 전공 연구자들은 근대 공화주의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프랑스 공화정의 전통과 사례를 다각적 차원에서 논의했다.

김인중 숭실대 교수는 ‘공화주의·자유주의·1848혁명’에서 프랑스 공화주의가 우파의 민족주의와는 다른 의미에서 민족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성립됐다는 점을 논구했다. 공화국, 공화정은 내적 통일성을 생명으로 하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을 매개 요소가 중요한데, 바로 그 공동체 구축의 촉매이자 이데올로기로 민족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또 박지현 서강대 교수는 ‘비시 프랑스, 공화정의 두 얼굴’에서 프랑스 공화정이 지닌 내적 모순과 다양성을 분석하면서 “거시적인 안목에서 프랑스 공화국의 정치형태는 합리적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논평했다. 이는 프랑스 공화국 체제나 공화주의 이념이 일각에서 순진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단일하지도, 순수하지도, 합리적이기만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독재적 요소, 공화주의 자신을 끊임없이 배반하는 요소 등 다양한 내적 층위가 어우러져 지금의 프랑스 공화국을 이뤘다는 진단이다.

‘프랑스 공화국과 이민’을 발표한 박단 한성대 교수는 이민자 문제로 몸살을 앓는 프랑스의 현실을 차분히 분석했다. 극우파의 등장과 사르코지의 집권에서 드러나는 프랑스의 오늘은 이민자들이 제기하는 다문화를 어떻게 하나의 공화국 안에서 포괄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민자 문제가 새로운 공화국의 위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노서경 서울대 교수는 ‘공화국 사회주의(1898-1914): 장 조레스를 중심으로’를 통해 공화국과 사회주의 이념이 어떤 관계를 갖고 전개됐는지를 분석했다. 신행선 이화여대 교수는 ‘공화국 학교와 라이시테 : 여성 교육의 필요성과 여성의 역할’에서 공화주의가 초기의 남성중심주의에서 어떻게 벗어나 차츰 여성주의적 관점을 자기 내부에 도입했는지를 추적했다.

한편 국내 학계의 공화주의 논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독일의 이성주의 담론을 기반으로 원리적이고 규범적인 모색을 하는 흐름이다. 둘째는 프랑스 공화주의가 내포한 공동체주의적 편향을 교정하고자 하는 흐름으로서 영미의 신로마공화주의라 불리는 흐름이다. 공동체적 가치를 존중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안적 공화주의에 대한 모색을 꾀한다 특징이 있다. 셋째는 프랑스 공화주의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흐름이다. 바로 이번 학술대회가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공화’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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