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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시선] ‘스마트 도시’의 환상·‘이중 도시’의 현실 조율할 수 있을까
[지리학자의 시선] ‘스마트 도시’의 환상·‘이중 도시’의 현실 조율할 수 있을까
  • 최병두 대구대·지리학
  • 승인 2009.04.27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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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 17. 메트로시티]

메트로시티는 인류 역사의 꿈과 환상을 반영하는 한편, 현실의 많은 문제들과 모순을 심화시킬 것입니다. 미래의 대도시, 메트로시티는 우선 경제적 부의 증대와 집중을 전제로 합니다. 고부가 가치의 첨단기술산업과 이를 지원하는 금융 및 정보 등의 제공을 위한 생산자서비스업이 도시 경제의 중심을 이룹니다. 뿐만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활동하는 초국적기업들의 본사와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세계적 허브가 구축됩니다. 이를 위해 메트로시티는 다양한 인프라가 확충되고 토지이용이 초고밀화된 초고층입체도시의 경관을 이룹니다.

이 도시들은 정밀한 전자정보체계의 작동으로 관리되고, 대부분의 활동들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나아가 이러한 활동을 언제, 어디서나 접속가능하게 하는 ‘유비쿼터스 도시’가 발달합니다. 이 도시의 시민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창의성이며, 이들로 구성된 메트로시티는 시민들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고양시킬 수 있는 도시, 즉 ‘창조적 도시’가 됩니다.

선진국의 도시들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많은 도시들도 이러한 미래의 메트로시티를 꿈꾸며,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푸동이나 싱가포르의 선택시티 등은 이미 이러한 미래도시의 모범이 됐고, 이를 따라 한국의 서울과 인천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신행정도시, 태국의 방콕, 베트남의 하노이 등에서도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가 완성되면, 이른바 ‘스마트 도시’가 될 것입니다. 시민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향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경관도 심미적으로 안정되고, 환경적으로 쾌적한 분위기를 제공하게 됩니다.

환상으로서의 메트로시티 


이 도시는 현실의 연장으로 이루어질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환상이 아니라 현실적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는 현실에서 발생할 문제와 모순들을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환상적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 미래로서 메트로시티는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합니다. 우선 지적될 사실은 이 도시 건설의 주체가 일반시민들이라기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과 이들을 지원하면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유지, 확대시키고자 하는 정치권력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이러한 도시는 개발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얻게 되는 기업들과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외치면서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도시 관리자들에 의해 추동되고 있습니다.

기업들과 정치권력은 메트로시티의 발달로 시민 모두가 수혜자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꿈이 달성될 것이라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주의 도시’의 개발을 통해 얻어진 사회적 부는 일부 지배계층에게만 돌아가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사회적 배제로 인한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시민들은 또한 초고층 빌딩 숲으로 이루어진 도시 경관 속에서 왜소감과 정체성의 상실로 불안해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메트로시티의 공간 편성에도 반영됩니다. 도시의 상위계층들, 경제적 및 정치적 권력을 가진 집단들뿐만 아니라 이른바 ‘창조적’ 지식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일부 시민들(즉 고기능 노동자들)은 ‘빗장도시’라고 불리는 배타적 주거지 내에서 꿈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서 배제된 시민들은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와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메트로시티는 사실 ‘이중 도시’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지역들이 메트로시티로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메트로시티에의 접근성은 매우 제한적이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메트로시티 밖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즉 메트로시티의 발전은 세계적 규모로 불균등발전을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때로, 메트로시티 밖의 사람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간다고 할지라도, 이들은 결국 메트로시티 안과 밖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도시공동체적 자유를 향해 

 미래도시, 메트로시티의 환상과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문제들을 가린 채 환상만을 가지고 메트로시티의 건설로 나아갈 수 없지만, 또한 미래의 현실로 다가올 문제들에 겁이 나서 이의 건설을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엄청나게 증가한 인구와 생산능력으로 문제이 누적된 도시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도시에 발생할 문제들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메트로시티를 건설해야 합니다. 

 과거 봉건 영주로부터 벗어나 도시로 몰려온 시민들은 ‘도시의 공기가 인간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자유가 오늘날 신자유주의 하에서 시민의 자유가 아니라 시장의 자유, 자본의 자유로 변질됐습니다. 미래의 대안적 도시로서 메트로시티의 공기는 시민들을 새롭게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자유는 개인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도시 유목민으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상호 평등과 존중을 전제로 한 도시공동체적 자유여야 합니다.

최병두 대구대·지리학

필자는 리즈대에서  박학위를 받았다. 『근대적 공간의 한계』 등의 저서와 「기업주의 도시 전략의 논리와 한계」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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