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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학자의 관점] 진화된 도시, 개인과 공동체적 다양성을 품다
[도시 공학자의 관점] 진화된 도시, 개인과 공동체적 다양성을 품다
  • 강명구 서울시립대·도시공학
  • 승인 2009.04.27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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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 17. 메트로시티]

강명구 서울시립대·도시공학
도시의 긴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인간 삶의 변화와 더불어 도시 나름의 진화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농업 자체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인간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매우 중요한 분야인 상업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게 됐습니다. 교역을 위한 지식과 기술이 생산 유통됐고, 새로운 기계나 처리방법 등에 대한 지적 자산의 축적이 태동하는 시기였습니다. 도시는 새로운 지식의 결절점으로서의 역할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산업사회의 탄생은 이러한 지식 축적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 삶에 있어서 주 동력이 자연을 그대로 활용한 동물이나 바람 등이었다면, 산업사회에서는 주 동력원이 증기기관으로 대변되는 과학적 지식이 결합된 인공 동력으로 전환됐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견 외양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산업사회의 도래는 대다수 인간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됐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산업사회가 야기한 새로운 공간에 대한 요구


농업사회와 비교해 볼 때, 산업사회에서는 우선 출퇴근 시간, 나아가서는 컨베이어 벨트의 흐름에 맞춘, 시간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이 규범화 되고, 대량생산에 맞춘 표준화가 삶의 깊숙한 곳까지 진행됐습니다. 표준화된 대다수 사람을 지칭하는 중산층이라는 용어가 어울리게 됐습니다. 반면에, ‘표준’에 맞지 않으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고, 효율과 생산성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일부 도태되는 삶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산업사회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획기적인 공헌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게 됐습니다. 인간 삶의 발전을 위한 변화가 동시에 인간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모순된 상황을 극복할 과제가 생긴 것입니다.

이러한 모순에 대해 소수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깊이 인식하게 되는 것이 20세기 후반부터로 보입니다. 이러한 논의에 여러 명칭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인간성의 회복이나 공동체로서의 공간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각 개인의 개성이나 특성이 존중되고 발현될 수 있는 도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개인으로서의 개별적 가치와 공동체로서의 조화로움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 일견 모순된 듯 여겨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둘 중 하나가 강요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시는 이 둘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신기술이 가져올 도시공간의 만개


이러한 도시간의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다양화돼가는 도시민들의 요구들을 담아내는 데 있어 기술적 뒷받침은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의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정보혁명은 위의 모순된 듯하고 난해해 보일 듯한 난제를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인간 삶의 확장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미미했지만, 오늘날에는 거대도시화 돼가고 늘어가는 인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자원이나 환경의 용량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인간 삶과 자연환경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유비쿼터스 기술로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활동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사회경제적으로도 개인과 공동체간의 지속가능성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도시가 주어지는 공간이 아니고, 주민들이 참여해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입니다. 이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많이 보편화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공동체로서의 합리적인 협의과정에 많은 시간과 재원이 요구됐지만 최근의 기술적 발달과 이를 응용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지면서 개인별 수요에 맞추면서 공동체적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표준에 맞추어진 도시공간이 아닌, 개별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별적 다양성이 도시로서도 독창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정주공간, 새로운 도시에 대한 요구는 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고 이를 실현할 기술적 기반이 구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도시 구축 수요를 채워줄 새로운 시장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도시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진화된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되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의사소통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최근의 정보통신 기술이 많이 접목될 것입니다.

강명구 서울시립대·도시공학

필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시계획론』등의 저서와 「주거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분석」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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