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1:15 (월)
[쟁점과 시선] 파라다이스인가 거대 감옥인가
[쟁점과 시선] 파라다이스인가 거대 감옥인가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4.27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 17. 메트로시티]

교수신문은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와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


작년에 진행된 기획에 이어 이번에 진행될 키워드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의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이번호에서는 메트로시티에 대해서 알아본다. 최근 도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메트로시티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는 배경에서다. 도시공학자인 강명구 서울시립대 교수가 메트로시티를 문명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고찰했다. 지리학자인 최병두 대구대 교수는 메트로시티를 둘렀싼 기대와 현실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메트로시티는 거대도시라는 뜻으로 라틴어 meter와 polis가 합쳐진 말이다. 통상적인 대도시보다도 더 큰 도시로 한 국가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최근 메트로시티가 지리학, 도시공학 등에서 재조명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기존의 거대도시와는 여러 점에서 다른 도시가 출현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어떤 점에서 다를까. 가장 큰 특징은 유비쿼터스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에 있다. 이미 우리도 조금씩 실감을 하고 있는데, 버스의 예상 도착 시간을 정류장 전광판이 알려주는 것과 같은 식의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메트로시티는 철저히 도시 주민의 삶에 봉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흉물스런 거대도시에 인간들이 적응해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거대도시가 시민의 복지와 생활의 편리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계천 복원 등을 비롯해 도시의 디자인에 대해서 세심하게 배려하는 최근의 추세도 이러한 인간 중심 메트로시티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와 연결된다.

곳곳에서 건립되고 있는 초고층 빌딩은 미래 메트로시티의 일부인 동시에 그 상징이기도 하다. 주거지의 역할은 기본이고, 각종 상점, 수영장, 헬스클럽, 병원, 공장, 심지어 정원까지 갖춘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트로시티의 이 같은 약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인간 중심을 표방하고, 인공 정원이나 호수로 자연을 흉내 내더라도, 자연에 미치지 못하는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거기에 메트로시티 내부의 일괄적인 통제와 감시 시스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곳곳에 구축된 CCTV가 인권 침해의 소지와 거대한 감시사회에 대한 우려도 낳기 때문이다. 또 사회 불평등도 문제다. 아무리 청계천을 복원하고, 도시 디자인을 쇄신하며, 곳곳에 분수와 정원을 만들어도, 기본적인 일자리와 복지,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빈부차는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타워팰리스는, 가진 자들에겐, 메트로시티의 축소판이자 상징으로 미래 도시인의 꿈을 실현한 공간으로 읽히지만, 없는 자들에겐, 불평등과 사회 모순의 응집체로 보이는 것과 같다. 또 메트로시티 자체와 그 외부 도시, 시골과의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메트로시티 자체는 국가의 모든 정치, 경제, 문화적 에너지를 빨아들이면서 성장할지 모르지만, 그 외부의 지역은 점점 더 피폐하고 황량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일까.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 이전을 추진하다가 무산되고, 지방 활성화가 사회 최대 현황 중 하나인 우리에게 메트로시티에 대한 온갖 감언이설은 조금 엉뚱한 면이 있다. 메트로시티가 커지고 웅장해지며 각종 기술과 문화가 집약될수록, 중소도시와 시골은 몰락을 해가고, 국제적 규모의 메트로시티들이 성장하는 만큼, 후진국은 점점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것이 서글픈 지금의 정치, 경제 메커니즘이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