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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한미 공조체제' 재검토 움직임
'일방적 한미 공조체제' 재검토 움직임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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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2 15:06:31
부시 미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급격하게 한·미관계 및 북·미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토론회 개최와 저작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 개최, 대중적인 반미감정 고조 등과 맞물린 시점에서 주로 안보 및 군사 분야에서 두드러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참여사회연구소가 2월 21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개최한 ‘미 대북강경책과 위협받는 한반도 평화’ 정책포럼에서는 이철기 동국대 교수(국제관계학),서주석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부시의 대북 강경발언과 북미·남북·한미관계 전망’, ‘북한의 군사위협과 북·미관계’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 이 교수는 “한·미공조체제는 일방적 성격의 미국 동조”라 규정하고 “주한 미군문제를 제외한 재래식 무기, 평화협정 등의 문제는 남북 양자 주도하에 해결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은 지난 2월 27일, 이 대학 남명학관에서 ‘제국주의와 한국사회’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1994년 ‘한국사회의 이해’ 필화사건으로 아직 항소심에 계류중인 공동집필자 정성진, 장상환(이상 경제학), 정진상(사회학) 교수 등 경상대 교수들이 주축으로 참가해 시선을 모았다. 특히 백좌흠 교수(정치학)는 주한미군에 대해 “종속적 한·미 관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남북한간 신뢰 구축 및 군축 노력을 저해하므로 철수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펼쳐 향후 논란을 예상케 했다.

이 밖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도 2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학),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국제학)가 각각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관계의 전망’, ‘한·미정상회담과 남·북·미 관계의 동학’등을 발표했다.

최근 출판계에서도 이번 달에만 리처드 하스 外의 ‘9·11 테러 이후 부시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정상모의 ‘신냉전 구도와 평화’, 크레이그 아이젠드레스 外의 ‘미사일디펜스’ 등 비판적 대미인식이 반영된 대중적인 미국관련 도서가 앞다퉈 출간됐다.

이처럼 다양한 정치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학계, 출판계가 미국에 관련한 안보 논의에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서는 데는 공화당·부시행정부 출범과 9·11 테러 이후 보수적으로 급변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맞추어 기민하게 지식담론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보 정책은 한 국가의 존립과 연관된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므로 정책 입안자나 시민 모두 좀더 차분하게 현실적인 이해득실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참여사회연구소 정책포럼에 참가한 서 연구위원도 개인 자격임을 전제로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성격변화는 불가피하며 이를 고려한 현실적 조정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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