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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 그 해법은 6]특성화 브랜드로 승부하라 … “학생정원 과감히 축소해야”
[지방대 위기, 그 해법은 6]특성화 브랜드로 승부하라 … “학생정원 과감히 축소해야”
  • 박혜경 한동대 기획처장·영어교육학
  • 승인 2009.04.20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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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의 위기, 그 해법은 6.

70~80년대만 하더라도 지역의 대학들은 건재했다. 국·공립대학과 지방사립대학은 지역 산업역군의 산실이었기에 자부심이 있었고 지역민들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로 많은 대학들이 줄줄이 세워진 반면에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미 모집정원이 미달되기 시작한 지방대는 조만간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형적인 인구분포를 갖고 있는 현실에서, 젊고 유능한 인재가 수도권으로만 몰려가는 현상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정부는 정부대로, 지방의 대학들은 대학대로 정책과 자구책을 함께 강구해야 할 때다.

가장 큰 그림은 역시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교육관련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그간 소홀했던 학부교육에 집중투자를 해야 한다. PISA의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 중등교육은 세계최고 수준이고, 최근 연구 성과를 위해 집중 투자된 재정지원사업에 힘입어 논문의 양적 질적 성장도 괄목할만하다. 그러나 대학의 학부교육에서는 IMD 평가대상국가 55위중 53위가 우리의 성적표이다. 학부교육이 건실해야만 우수한 산업인력과 양질의 대학원인력이 공급된다. 정부는 대학을 학부교육중심대학과 대학원연구중심대학을 나누어 평가하고 지원해야 한다. 전국 약 200개 대학을 동일한 단위로 묶어 애매하게 평가하고 미미하게 지원하는 정책을 버려야 한다. 대학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과감한 지원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지방대학의 몫이다. 대학의 홍보문구나 입시요강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천편일률이다. 모두가 국제화를 하고, 최고의 시설에 최고의 교수에 최고의 취업을 자랑한다. 그러나 선진국 대학들을 진정으로 벤치마킹하고자 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부분이 무엇이고 과감하게 포기할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기 대학의 역량을 파악하고 장점을 특성화해 일관성있는 길을 감으로써 성공한 국내 지방대학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직하고 유능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기치로 내건 한동대의 경우는 개교부터 학부교육중심대학임을 선포하고 인성교육 및 글로벌 창의교육의 특성화 전략으로 전국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오고 있다. 우수한 인재유치와 인성교육의 장을 위해 전교생의 80%이상 수용이 가능한 생활관을 지었고, 글로벌 교육을 위해 유치한 외국인교수는 전체 교원의 30%를 웃돈다.

창의교육을 위해 무전공, 무학과로 선발된 신입생들은 Global Leadership School에 소속돼 전공탐색의 기회를 충분히 가진 후2학년 때 2개의 전공, 혹은 1개의 심화전공과정을 선택한다. 전공결정은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없으며, 전공을 선택한 후에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마음껏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전교생이 90개 팀으로 나누어지고 팀마다 담임교수가 배정되는데 교수는 일 년간 전공을 초월한 멘토로서 매주 세 시간을 공동체리더십훈련을 함께 진행한다. 이러한 특성화는 총장과 교수와 직원들이 일치단결해 학교의 정책과 예산과 공간을 학생들의 교육에 최우선으로 투자했기에 이루어낼 수 있었던 일이다. 한동대를 선택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최고의 홍보 및 마케팅 전략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지방대학들이 살 길은 스스로의 장점을 특성화하고 브랜드화 하는 데 있다. 채워지지 않는 입학정원이라면 과감하게 축소하고 교수와 직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살 것이다. 이제 지방 대학들도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가장 정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박혜경 한동대 기획처장·영어교육학

듀크대학을 거쳐 한동대 국제어문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영상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도 맡아 대학 안팎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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