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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식물 게놈에서 金脈 찾기
[나의 연구실] 식물 게놈에서 金脈 찾기
  • 김남수 강원대·분자생명과학
  • 승인 2009.04.2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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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실의 연구 주제는 주로 식물 마커 개발과 함께 반복서열 DNA들과 식물의 진화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본인의 전공은 원래 세포유전학이었다. 밀 진화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강원대에 1993년에 부임하면서부터는 주로 식물의 마커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식물 마커들 중에서 특히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을 이용한 RAPD(random 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분석 실험은 아마도 우리 실험실이 국내 최초로 수행했을 것이다. 도열병균의 레이스 구별을 위해 도열병균으로부터 PCR을 이용해 반복 서열 DNA를 분리하고 이를 마커로 이용했다. 놀랍게도 도열병의 반복서열 DNA와 매우 상동성이 높은 DNA들이 다양한 식물에도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1년간 sabbatical 연구를 위해 캐나다 농무성에서 2000~2001년 연구를 수행했는데 도열병 연구에서 수행한 방법으로 화곡류 식물들의 fingerprinting을 위한 PCR 마커들을 개발했다.

당시 클로닝한 결과들을 가지고 귀국 후 박사과정 학생이 이들 클론 중 하나가 MITE(miniature inverted transposable element) 전이인자인 것을 밝혀내고 이 유전자 연구에 집중해 이들이 벼 게놈의 주요한 구성분임을 보고했다. 이 유전자를 미국 NCBI Genbank에 유전자 등록을 했는데, 유전자의 성격이 식물 게놈의 한 곳에 위치하지 않고 이동을 하므로 랩미팅에서 ‘김삿갓’과 ‘방랑자’ 두 이름 중 방랑자가 좋다고 결론이 나서 ‘Pangrangja’라는 한국식 이름으로 유전자 등록을 했다. 이후부터는 이들 전이인자에 대한 연구가 우리 실험실의 주된 연구 테마가 됐다.

왼쪽부터 박경철(연구교수), 손재한(박사과정), 이성일(학부생), 김태원(석사과정), 김혜화(석사과정), 김은미(학부생), 김남수 교수(맨 앞)

사진제공:  강원대 분자생명과학과


1940년대에 Babara McClintock라는 미국의 한 여성 과학자가 옥수수에서 매우 불안정한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 불안정한 유전자가 이동을 할 때 여러 가지 표현형적 변이가 생성됨을 보고 조절인자라고 보고했다. 조절인자는 이후 이동을 하는 유전자라고 해서 전이인자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최근까지 이들은 기주 식물에는 별로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그저 기주 식물과 같이 더부살이로 존재하는 이기적 유전자(selfish DNA)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여러 모델 생물체들의 게놈에서 전이인자들은 중요한 구성분으로 생물체가 지난 35억년간 진화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drive force라는 것과, 이들이 생명현상에 관여한다는 것이 속속 밝혀져 한때는 junk DNA로 취급 받던 것이 현재는 genomic gold로 취급 받고 있다.

장황하게 이러한 발견 스토리를 소개한 이유는 연구에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혀 뜻밖의 실험으로 ‘Pangranja’를 찾은 것처럼 과학은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견이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우리나라 연구비 신청 시 항상 쓰게 돼 있는 ‘본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 시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 등의 항목을 쓸 때마다 너무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과학자들이 자기 연구 과제 신청서에 약속한 대로 과학이 발전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서너 명의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이 나왔으리라 본다.

나는 지금도 학생들의 엉뚱한 발상이 식물 게놈에서 또 다른 금맥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하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김남수 강원대·분자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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