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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시대 후회 없는 교수생활을 위한 조언
통섭의 시대 후회 없는 교수생활을 위한 조언
  • 박택규 건국대 명예교수 화학
  • 승인 2009.04.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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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교수가 신임 교수에게

박택규 건국대 명예교수 화학
싱그러운 신록의 4월, 대학 캠퍼스에 진달래며 개나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대학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의 의욕적이면서 활기 찬 모습에서 희망이 가득 넘치는 대학의 미래를 기대 합니다. 어데 그 뿐입니까.  작년 가을부터 공채 과정을 거쳐 이 번 새 학기에  대학교에 초빙된 신임교수들의 활력이 넘치는 열강으로 대학 캠퍼스 곳곳의 강의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매우 흐뭇한 일입니다.

36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오직 한 대학의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필자에게 크나 큰 행운이었습니다. 더욱이 대학교수로서 이 직업에 만족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살아 왔다는 것 또한 큰 보람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교수직을 천직으로 삼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정년퇴임교수가 새 포부와 의욕으로 교수 생활을 시작 하는 신임교수들께 선배교수로서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아울러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대학의 기능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육을 통해 이 세 가지 기능이 완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면 대학교육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오늘 날 치열한 경쟁을 수반하는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의 현실은 특별히 연구의 기능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그 역할을 더 주요시해 대학의 평가는 물론 대학교수 개개인의 능력 평가의 잣대로 삼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시 말해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우수논문을 얼마만큼 더 많이 발표했는가. 그것만이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의 사명 중에서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재를 개발하고 교육방법을 개선하는 노력은 신임교수 시절부터  부단히 계속돼야 합니다. 교육경륜을 쌓아 갈수록 학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고 교육의 질과 수준 그리고 교육방법이 효율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바입니다. 신임교수 시절부터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정성을 쏟을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교수생활의 출발점에 선 신임교수들이 국제적으로 평가를 받는 학술지에 우수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 전공분야에서의 연구능력과 연구업적을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학생교육에 전력투구하는 자세는 교수 초년생 시절부터 견지해야 합니다.

둘째로 전공분야의 새로운 학문의 발전을 선도하고 심도 있는 학문의 열매를 거두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나아가 이러한 학문연구의 성과가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인류의 복지 증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새로운 학문 분야가 계속 탄생하고  학문이 보다 더 세분되면서 연구영역이 집중되거나  확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과내의 전공분야나 다른 학과와의 연구영역의 벽이 허물어지고 교수 간 협동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한다는 지식의 대통합, 총괄하며 관찰한다는 의미 즉, 큰 줄기를 잡아 모든 것을 다스린다는 통섭(consilience)의 개념이 많은 학문영역으로 확산됨으로써  학문 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학문의 대 통합이 이루어지는 추세에 있습니다. 동료교수가 경쟁자이기에 앞서 협력자 , 조언자, 협동 연구자로서 서로의 연구에 활력소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인접학문 간의 연관이 두드러지고 공동연구영역이 확대돼 교수 서로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풍토가 조성될 것입니다.

셋째로 자기 학문을 쉽게 그리고 폭넓게 설명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개발하고 축적할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흔히 이런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원리를 초등학교 5,6 학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바로 이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초중고생, 대학생은 물론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계몽 강연에도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적극적으로 참가해 자기의 학문이나 연구 성과를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자기 전공학문의 위상을 정립하고 연구결과가 국가와 사회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음을 설득해야 합니다.

스위스에서는 방학기간에 대학이 주도해  인근 주민들을 교수 연구실로 초청해 교수가 직접 자기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내용과 연구실적, 연구전망을 비롯해 연구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만화를 곁들인 차트를 준비해 진지하게 설명합니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사례라 하겠습니다. 한편 전공서적의 집필은 물론 교양을 위한 도서의 집필을 권유합니다.

넷째로 교수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를 지니고 품위를 유지할 것을 당부합니다.
부귀와 명예,그리고 권세 중에서 오직 명예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참다운 교수 상을 확립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이고 덕목입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로 존경을 받고 있는 교수는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기위해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명예(노블리스)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합니다. 원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 노블리스는 ‘닭의 벼슬’, 오블리제는 “달걀의 노른자”를 뜻하는 단어로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하는 데 있지 않고 오직 알을 낳는 데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고귀한 신분에 따른 윤리적 의무, 바꾸어 말하면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교수사회의 구성원이 됐다는 자긍심을 지니고 일생 동안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에 베푸는 삶을 영위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태어나도 교수가 되고파’라는 다짐을 하는 후회 없는 교수생활을 누리시기 바라며 신임교수 여러분들의 앞날에 큰 학문성취와 더불어 보람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필자는 건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이과대학장을 거쳐 대학원장과 상허기념도서관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과학기술상을 수상했고, 현재 오산학원이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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