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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답사에서 ‘일상’의 가능성 발견”
“학술답사에서 ‘일상’의 가능성 발견”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04.1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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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인터뷰_김지형 건국대 교수(사학과)

“나 같은 사람들은 주로 국제학 관련 학부나 대학에서 영어수업을 맡게 되는데 사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게 돼 영광이다. 연구와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마디 한마디 정성스레 이어가는 말 속에서 젊은 학자의 패기와 겸손이 켜켜이 묻어난다. 올해 전임강사로 임용된 김지형 건국대 사학과 교수(33세, 사진)는 엄밀히 말하면 미국 국적의 외국인 교원이다.

 

신문기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을 때 나이가 아홉 살. 김 교수는 고고학자의 꿈을 안고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다. 북한의 식량난과 기아문제를 접하면서부터 사회주의체제에 관심을 갖고 파고들었다. “여느 이민 2세대들처럼 한국인이라서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다. ‘현실 사회주의’에서 비롯된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체제와 이념을 넘어 현대인들의 ‘일상성’에 주목하게 된 학문적 토대이기도 하다.

김 교수의 전공은 동아시아 사회주의사다. 부임 첫 학기 ‘한국 생활사’와 ‘동양사 입문’ 두 과목을 맡았다. 김 교수의 이력에 걸맞게 모두 영어강의로 진행되지만 한국말 실력이 원어민(?) 수준급이라 학생들과 소통에 전혀 무리가 없다. “수업의 목적이 영어 회화가 아니다. 어려운 자료들을 빨리 읽고 말과 글로 논지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김 교수는 영어가 서툰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은 비단 언어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한달여의 짧은 강의경력에도 김 교수는 학생들의 ‘일상성’에서 가능성을 읽어낸다. ‘사학과의 꽃’이라 불리는 학술답사에서 김 교수가 목격한 학생들의 일상은 남달랐다. “학생회장을 비롯해 집행부 학생들이 심부름꾼을 자임하며 헌신적으로 솔선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식 연대를 느꼈다. 경쟁사회의 일상과는 전혀 반대의 것이다.”

김 교수는 스스로 판단해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미국 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단다. 극심한 경쟁체제 안에서 취업난에 빠진 학생들을 다독이는 말도 잊지 않는다. “대학과 학문이라는 것은 외로운 길이지만 경쟁하면서도 연대의 중요성을 간직하길 바란다. 서로 밀어주고 받쳐줘서 함께 발전하는 연대의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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