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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지친 삶을 위한 안식처일 뿐인가
예술은 지친 삶을 위한 안식처일 뿐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09.04.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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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서울광장, 3.30~4.25)

예술은 영원한 안티테제로 남는 비판의 거점이어야 할까, 아니면 사회생활에 지친 대중이 잠시 머물러 쉬는 안식처, 심리적 진정제가 돼야 할까. 이 해묵은 질문을 상기시키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서울 시내 한복판, 서울광장에서 진행 중이다. 김석 서울시립대 교수(환경조각과)가 주도하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서울시와 함께 일어서자!’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후자, 곧 예술은 지친 대중을 위한 안식처, 진정제가 돼야 한다고 단호하게 외친다. 전시기간 중 작가는 높이 4미터의 속이 비어있는 인체 형태의 조형물에 시민들의 소망을 담은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면서 빈속을 메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시민단체, 동네, 사회적인 약자들 모임, 대학 등을 돌며 구성원 각각의 소망이 담긴 돌을 모은다. 매일 이 소망의 돌들이 조금씩 채워지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과정을 통해 시민 참여형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4월말이면 최초의 힘든 짐을 황금알로 바꿔들고 있는 초인의 상이 우리 눈앞에 제시될 것이다.

예술은 끝까지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도르노가 보기에 이러한 프로젝트는 도피요, 현실의 고통을 가리는 마약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 곳곳에 절망감과 박탈감이 극도로 고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프로젝트는 쉽게 부정 못할 무게와 의의를 갖는다. ‘모두 다 행복하면 좋겠어요’, ‘우리 식구 다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세계 평화, 세계 호황’ 같은 돌에 새겨진 글귀들은 그 자체 IMF 시절의 금모으기 운동 같은 소박하지만 여운있는 울림을 자아낸다. 특히 사태를 명확히 인식하고 책임을 감당하기에 앞서 경솔하게 시민들의 달러 모으기 운동부터 강요했던 정치권 인사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유념해 지켜보아야 할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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