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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업적평가 반영 늘어 철학 교수들도 산학협력 고심
‘취업률’ 업적평가 반영 늘어 철학 교수들도 산학협력 고심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4.06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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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평가 강화, 달라진 교수사회] ③ 지방대·인문학 분야에 부는 바람

몇 년 전만 해도 연구논문 중심의 업적평가 강화 움직임은 서울에 위치한 대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른바 주요대학은 연봉제를 도입하고 재임용·승진심사 요건을 까다롭게 하면서 업적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이러한 흐름이 이젠 지방대로 넘어온 모양새다. 연구논문에 여전히 높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취업률을 평가항목에 포함하거나 비중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이면엔 취업률, 신입생 충원 등 지방대가 겪는 어려움이 보인다. 업적평가를 통해 취업률을 높이려는 의도다. “연구논문 쓰기도 바쁜데 이젠 학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라는 한 지방대 교수의 말은 지방대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업적평가는 인문학분야 교수활동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문학분야에서 산학협력 과제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연구논문만큼 중요한 취업률 평가

한밭대는 최근 교수업적평가에서 산학협동영역에 대한 배점을 높였다. 교육·연구·봉사·산학협동으로 나눈 평가영역에서 공학계열 교수는 연구영역 비중을 35%나 20%, 산학협동영역 비중을 20%나 35%에서 선택할 수 있다. 공학계열 교수는 각 영역에서 35%, 35%, 10%, 20%를 선택하거나  35%, 20%, 10%, 35%를 적용할 수 있다. 한밭대는 특히 업적평가에서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동형 교무처장(산업경영공학과)의 말엔 지방대의 고민이 잘 묻어난다. “현재 취업률이 업적평가에 반영돼 있긴 한데, 앞으로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교육역량강화사업 같은 정부사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취업률, 신입생 충원률 등이 업적평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의 업적평가 기준에 맞춰갈 필요는 없다.”

동아대는 기존 교수업적평가제도를 보완해 등급별로 세분화하는 한편 교육부문 평가항목에 영어강의(200점)와 학생취업률(200점)을 추가했다. 오는 2010년부터 새 업적평가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연구실적은 비교적 단순하고 계량평가가 가능하지만, 교육부문은 변별력 있는 평가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게 개정 이유다. 이동춘 교무처장(산업시스템공학과)은 “취업률도 교육활동의 최종 성과지표 중 하나로,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중요 평가 항목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과다한 휴강이나 보강을 하지 않은 휴강의 경우 감점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대도 ‘성과 위주’ 시대

 
지방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업적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한 곳이 늘었다. 충남대는 올해 교수 성과급 연구보조비를 연구, 교육, 봉사영역으로 나눈 후 각 영역별 취득점수에 따라 성과급을 다르게 지급하는 ‘무한등급제’를 도입했다. 과거엔 점수가 다소 차이 나도 같은 등급 안에 들면 똑같은 성과급을 받았지만, 이젠 1점 차이가 나도 성과급 액수가 달라진다. 주혁종 교무처장(고분자공학과)은 “평가결과가 연구에 의해 좌우되니, 교수들이 논문만 쓰려고 하고 교육에 관심을 적게 가진다. 따라서 교육에도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가 이번 개선안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최고의 방법은 아니지만 차선책이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는 “한 단과대학 안에서 학과별 특성이 다르고, 한 학과 안에서도 전공별 특성이 다른데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불만스러울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특정 학과를 전국 대학 같은 학과와 비교할 수 있는 상대적 비교시스템을 갖췄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공주대는 업적평가에서 연구실적물 400% 이상이 되면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00% 이상이 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교육·연구·봉사영역으로 구성된 업적평가에서 만점의 70% 이상을 얻어야 하고, 교수법 지원프로그램에 10시간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교육업체와 손 잡은 이유


“요즘 철학과의 위기라고 하는데, 위기에서 벗어나고 학생들을 학과로 이끌어오기 위해 산학협력을 제안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철학·논술전공은 지난해 12월 한 교육업체와 산학협력을 맺고 연구·교재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산학협력을 제안한 배의용 주임교수는 “인문학분야의 특성과 전공을 살릴만한 기업이 아직 별로 없다. 문화산업의 외형과 내실이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문학분야 교수들이 산학협력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생 취업을 산학협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문학분야에서 산학협력이 활성화될 경우 산학협력 성과가 업적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경상대 독어독문학과는 3년 전 한 독일계 기업과 산학협력을 맺고 독일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독일문화 전반과 기업문화를 강의하는 식이다. 그러나 인문학분야 산학협력 사례를 찾기란 여전히 힘들다. 인문학분야 산학협력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업적평가에서도 ‘봉사’ 항목에 포함되거나 아예 반영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신용민 경상대 독어독문학과장은 “인문학분야 산학협력은 사회봉사 점수에만 조금 포함된다”며 “평가 비중을 높이면 산학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배의용 동국대 교수는 “평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 장기발전계획을 보니 앞으로 인문학과도 산학협력 과제를 한 가지 이상씩 하라고 하던데, 이러한 활동이 개인평가에는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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