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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에서 빌린 방법론의 무게
자연과학에서 빌린 방법론의 무게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3.23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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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이기홍 강원대 교수(사회학), ‘가추와 역행추론’ 제안

사회과학도 자연과학 못지않은 방법론을 갖춘 과학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과학들처럼 그 방법론이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사회과학의(물론 자연과학에도 해당이 되지만) 주요한 방법론은 귀납과 연역이다. 그러나 귀납은 수집된 데이터와 경험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고, 연역은 새로운 정보를 안겨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둘 다 새로운 지식 산출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법이다.

그런 견지에서 20세기 들어서는 새로운 과학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이기홍 강원대 교수(사회학·사진) 역시 새로운 방법의 일환으로 가추와 역행추론을 논의한 논문 「사회연구에서 가추와 역행추론의 방법」(<사회와 역사>, 2008년 겨울호)을 발표했다. 이 교수의 논의는 엄밀히 말해 완전히 새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 사회과학계에서는 드물게 연구 방법론을 구체적인 개념들을 통해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논문임에는 틀림없다.


이 교수는 귀납과 연역, 가추(abduction)와 역행추론(retroduction) 이 “네 가지 추론 양식들은 혼합되고 순환적으로 상호작용하지만 가추와 역행추론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지적한다. 가추와 역행추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배경이다.

 

가추, 가설 생성의 논리

그렇다면 가추와 역행추론이 요구되는 구체적 맥락은 어디에 있을까. 이 교수는 우선 “명시적으로 귀납법이나 가설연역법을 따르는 사회과학자들도 실제로는 일반성을 갖는 지식 주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여기서 일반성을 갖는 지식 주장이란 “원인이 작용하는 곳에서는 늘 결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주장을 말한다. 그런데 이 교수는 “인과적 힘과 기제의 존재와 특성과 작동에 관한 탐구는 단순히 경험적 자료를 정리하고 가공하는 것만으로는 수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료들을 해명하기 위해 고안된 가설은 그것의 기반이 되는 자료들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자료들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경험적으로 판별된 현상으로부터 그 현상을 발생시킨 일련의 인과적 힘들이나 기제들을 상정하는 사유 양식”인 가추의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가추는 “경험되는 결과로부터 그것을 발생시킨 원인의 상정으로 나아가는 추론”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물론 이 과정은 엄밀한 것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전제들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되지 않는 것을 결론으로 주장한다는 점에서 가추는 귀납과 마찬가지로 확장적이고 종합적인 또는 변환적인 추리이며 오류가능성을 지닌다.”

역행추론, 가추와 구분을 분명히 해야

물론 이 교수는 오류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가추가 허구나 허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형식적이고 명시적인 논거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무렇게나 전개되는 추리가 아닌, 두 전제 즉 일반적 규칙과 관찰된 결과를 결합시키고 두 전제의 유사성을 찾아냄으로써 유사성에 근거해 관찰된 결과를 기존 법칙의 한 사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가설 생성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행추론은 가추와 어떻게 다를까. 논문의 백미인 이 대목에서 이 교수는 “가추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는 가추와 역행추론의 개념을 동일시하거나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혼용한다”고 비판한다. 레셔, 버틸슨, 퍼스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 교수는 “역행추론은 특정의 성질을 가지고 존재하며 작동할 것으로 (가추를 통해) 상정된 가설적 실재에서 출발해 그 실재의 운동이 발생시켰을 경험적 사실(의 유형과 규칙성)로 나아가는 추론이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가추는 관찰된 결과에서 특정의 인과적 힘과 기제를 갖는 실재에 대한 상정으로 나아가는 반면, 역행추론은 특정의 인과적 힘과 기제를 가진 (가설적) 실재가 존재하고 운동한다면 그것이 결과할 경험적 사건을 되돌아 추론”하는 것이다.
곧 역행추론은 가추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장치인 셈이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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