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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 그 해법은 4]수도권 대학과 ‘다른 경쟁’이 필요하다
[지방대 위기, 그 해법은 4]수도권 대학과 ‘다른 경쟁’이 필요하다
  • 안동규 한림대·재무금융학과
  • 승인 2009.03.23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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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의 위기, 그 해법은 ④

대학이 위기다. 수도권대학은 질적 위기고, 지방대학은 양적 위기다.
수도권에 있으면 서울대학이고, 수도권에서 약간 떨어진 충청과 강원, 영서권 대학들은 ‘서울약대’, 수도권과 상당히 멀리 위치한 영호남 대학들은 ‘서울상대’라 일컬을 정도다.
대학이 다방도 아닌데 서울에서 떨어진 거리가 가장 큰 경쟁요인이 됐으니 이는  교육의 위기고 대한민국의 위기다.

블랙홀과 같은 수도권 집중현상은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수도권의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절반 이상이 넘는 날이 얼마 안 남았고, 지방의 우수학생들 대다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을 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춘천고 58%(302명), 원주고 82%(271명), 강릉고 85%(375명)등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2007년도에 수도권대학으로 빠져 나갔다.

인구가 전국에서 제일 적은 150만인 강원도의 경우만 해도 종합대학이 11개,전문대학이 11개인데 재학생 충원율 부족을 걱정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대학민국은 교육강국이 아니라 교육열 강국이다. 실력경쟁이 아닌 상대적 점수경쟁으로 대학생과 대학의 질은 나날이 급락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공공재는 지나친 경쟁을 하게 되면 모두가 망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대한민국의 교육은 딜레마의 늪에 빠져서 해법조차 찾지 못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지방대학은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지역발전의 견인차를 해야 하는 본원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와 수도권 일극집중에 따른 전국의 비균형적 발전 때문에 학생들은변변한 직장이 없는 지방을 떠나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수십년 간 교육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와 교육정책자들의 역할과 능력에 강한 회의와 불만이 들 수밖에 없다.
지방대와 대한민국 교육의 본질적 위기는 너무 많은 대학이 존재하는 구조에 있고 그것을 줄일 수 없는 현실에 있다.

전국에 243개의 4년제 대학과 지나치게 많은 국립대(54개)의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수도권 대학의 재학생 충원율은 111%, 지방대는 97%지만 신입생 충원율이 90%에 못 미치는 대학은 지방의 경우 42개대에 달하고 있다.

해결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백화점식 교육의 탈피다. 학생 수를 경쟁과 생존의 방법으로 생각해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백화점식 대학은 도태될 것이다. 이른바 특성화가 그 방법이며 지역에 맞는 특성화만이 지방대학이 살길이다.
둘째 교수중심의 대학에서 이른바 수요자인 학생중심으로 이전이다.

교과목, 전공, 강의 방식등 교수들의 편의와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지는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 
셋째 서울대 독식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국립대 예산과 각종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예산의 서울대 편중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농과대학도 지방대가 서울대와 경쟁이 안 되는 현실과 거의 모든 학과의 입시경쟁력 일등을 차지하는 우수학생들의 서울대 편중현상을 탈피해야 한다. 세계의 명문대학들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 지방 립대고, 일본은 지방의 국립대들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국제화와 국제적 경쟁을 통한 새로운 대학전략이다.
중국의 많은 유학생들이 이제 한국대학들을 외면하고 있다. 정원미달에 따른 보충과 예산부족에 따른 수입원으로 중국학생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른바 ‘SKY대학’은 국내학생과 지방학생 유치경쟁을 벗어나 세계적 대학이 돼야 할 것이다. 지방대는  지방의 우수 인재들을 키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한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힘든 아시아권 유학생들을 위해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모든 대학이 똑같이 국내경쟁만을 한다면 그것은 대학공멸의 위기다. 대학인들과 교육정책자들의 특별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안동규 한림대·재무금융학과

필자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대외협력처장, 지방분권국민운동 상임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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