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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소설 『밤은 노래한다』 그 箴言의 여운
[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소설 『밤은 노래한다』 그 箴言의 여운
  • 구갑우 서평위원북한대학원대학·정치학
  • 승인 2009.03.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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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대공황의 와중이었던 1932년 10월부터 1935년 2월까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1936년 3월까지, 간도, 동만, 연변 등의 여러 이름을 가진 지역에서, 역사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최소 500명 최대 2천명에 달하는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이 같은조선인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당시 간도 인구는 2만 정도였다고 한다. 그 가운데 자기 확신을 가진 조선인 공산주의자가 얼마였는지 알기란 어렵지만, 단순한 인구비례로 보더라도 ‘대량학살’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는 이 사건을 다룬 최초의 남쪽 소설이다. 한홍구, 김성호, 신주백, 이덕일 등 역사학자들이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라는 질문에 가중치를 두며 반민생단 투쟁에 대한 ‘객관적’ 연구를 하고자 했다면, 『밤은 노래한다』는 그 참극 속에서 주관의 세계를 읽어낸다. “1933년 간도의 유격구에서 죽어간 조선인 공산주의자들, 그리고 간도의 조선인들(에게) … 객관주의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주관으로 결정되는 가혹한 세계뿐이었다.”

울림을 만드는 일이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김연수의 소설이기에, ‘김일성’의 자취를 찾아보려는 시도가 불순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반민생단 투쟁에 관한 남북의 역사 연구는 좋든 싫든 그 때 거기에 있던 김일성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대부분의 남쪽의 역사학 논문은, 1932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한 김일성에 대해 “민생단이라는 진술이 많다”는 기록을 언급한다. 그럼에도 김일성은 살아남았다. 지금 거기 북한의 ‘공식’ 역사는, 반민생단 투쟁을 조선공산당의 “좌경기회주의자들과 종파사대주의자들”의 탓으로 돌리면서, 1936년 3월 동북항일연군의 師長이었던 김일성이, 공식적으로 김일성의 이 지위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민생단 협의를 받고 있던 100여명과 관련된 제 문서를 불태우고 그들을 포용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일성 ‘서사’의 집합인 북한식 소설 ‘불멸의 력사’ 총서 가운데서도 걸작으로 평가받았던 현승걸·최학수의 『백두산 기슭』에서는, ‘밥을 태워’ 민생단원으로 지목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를 보듬은 ‘조선혁명의 지도자’ 김일성을 재현하려 한다.

김일성이 민생단원이라는 혐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분석하려는 역사학자와 달리, 김일성의 역할이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은유적으로 그 역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밤은 노래한다』와도 달리, 반민생단 투쟁의 오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적하고 싸워 그 오류를 시정한 것이 김일성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공식 역사를, 『백두산 기슭』이라는 ‘소설’은, “현대인들속에 퍼지고있는 그분에 대한 이 신비로운 전설들은 그 어떤 사실들의 루적과 인민적념원의 교차현상이 아니겠는가”라고 정당화한다.

 

잠언의 잔치, 그래서 소설로서 장단점이 평가의 대상이 되는 『밤은 노래한다』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어디에 있나요”라는, 살아 있다면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질문을 마지막에 다시 불러오는 『밤은 노래한다』는, “유토피아란 폭력을 은폐하려는 자들의 거짓 관념에 불과하다”는 잠언을 생산하면서, “열망은 단지 열망하는 그 순간에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뿐이”라는 작가의 강한 후기와 공명하고 있다.

진보의 열정이란, 그 때 거기서 지금 여기서 불가능과 마주하지만 불가능을 넘어 서지 못한다는,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작가의 명령이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알기 위해, 누가 왜 기억하려 하는가, 라는 질문에 새삼 몰두하게 된다.

구갑우 서평위원북한대학원대학·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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