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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과 유전자로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알아본다
화석과 유전자로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알아본다
  • 박선주 충북대·체질인류학
  • 승인 2009.03.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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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미래] 3. 체질인류학

인류학의 여러 분야 중 중 체질(생물)인류학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생물학적 변이와 진화 및 적응을 연구한다. 20세기 초반에 형질인류학은 체질인류학으로 불리었는데 연구는 해부학과 인류화석 및 체질적인 변이에 따른 인종 구분 및 영장류를 연구대상으로 하였으며 이론적인 기반이 비교적 약했다. 1950년 대이후 체질인류학자들은 급속히 연구가 진행된 유전학과 진화과학에 영향을 받게 됐다. 따라서 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초점을 강조하기 위해 생물인류학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오늘날 대개의 경우 체질인류학과 생물인류학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오늘날 생물인류학의 연구는 ‘진화를 바탕으로 인간 자신이 주된 연구대상이며, 인간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분자단계에서 종 단계까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독자적이고 종합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생물인류학은 인류의 진화와 관련이 있는 내용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연구하는 학문으로 이에 종사하는 학자는 모두 생물인류학자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생물인류학은 고인류학, 뼈대생물학이나 사람뼈대학, 고병리학, 법인류학, 영장류학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한편 인류의 적응과 인류의 다양성을 다루는 인류생물학과 생물학적 요인과 문화적 관계를 연구하는 생문화인류학, 인류의 문화적 요인과 질병관계를 다루는 생의료인류학, 그리고 인류의 조상과 후손관계 및 영장류의 관계를 유전적 측면에서 다루는 분자생물학 등도 생물인류학의 한 분야이다. 진화생물학, 인류유전학, 해부학 및 비교해부학, 그리고 지질학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인류 진화를 주요 테마로 연구


체질인류학은 에드워드 타이슨(1650-1708)이 사람과 유인원을 직접 해부해 서로 비교하고 연구함으로써 시작됐다. 그러나 현대 생물인류학의 출발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1859)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윈의 연구는 1856년에 알려진 네안데르탈사람이 옛 인류라는 발견보다 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다. 다윈의 진화적 관점은 특히 인류의 기원에 관한 기존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다윈 이후 학자들의 연구는 인류의 진화역사에 집중됐다.  다윈 이전이나 이후 오랜 동안, 체질인류학자들은 사람들을 ‘인종적인 특징’에 따라 분류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인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학자들은 더 이상 인종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는다.

체질인류학은 북미대륙에서는 1825~50년 사이에 처음 학계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불란서와 독일과 영국에서는 단순히 인류학으로 불렸다. 초기의 체질인류학자들은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며 인류의 다양성과 진화에 대해 흥미를 가졌던 의사들이었다. 20세기 초반에 많은 체질인류학자들은 인종을 구분하기위해서 사람의 몸과 머리뼈를 측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인간 이외의 영장류와 제한된 화석인류를 연구했다.

20세기 중반에 새로운 체질인류학자들이 출현하는 데 이들은 소위 베이비 붐 세대 출신의 대학원생들로 이들은 새로운 체질인류학이론으로 무장했다. 시카고대학교와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에서 연구를 하던 쉐우두 워시번(Sherwood Washburn)이 주창한 새로운 체질인류학은 신다윈니즘을 근간으로 하는 역동적인 진화의 관점을 수용했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생물학분야에 나타나기 시작한 신다윈니즘은 유전학과 해부학, 생태학 그리고 진화이론이 종합된 내용이었다. 새로운 체질인류학에서 영장류들은 단순히 수술대에서 해부돼 비교되는 대신 그들의 행위와 생태가 자연 상태에서 뿐만 아니라 실험실에서 관찰됐다. 인종에 관한 연구 대신 인류집단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시기에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연대측정법의 기술의 소개와 옛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방법의 발달로 장족의 발달을 이뤘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인류학 연구에 도입된 발달한 분자 유전학 기술은 인류집단과 영장류의 생물학적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분자유전학 기술로 새 지평 열려


오늘날 생물인류학의 연구는 ‘인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인류는 어떤 과정을 걸쳐 오늘날의 우리가 됐는가, 옛인류의 생물학적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고 자연에서 인류의 자리는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아주 다양한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류학자들은 더 이상 고립된 세상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연구에 매달리지 않는다. 생물인류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순수하게 학문적인 입장에서 아프리카의 수렵 채집인들을 연구하던 생물인류학자은 점차 토착주민들의 연구로 그들의 진로를 바꿔가고 있다. 왜냐하면 글을 모르는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정부에 효과적으로 전할 수 없기 때문에 생물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든 아마존지역이든 지역에 상관없이 그들의 문화와 언어, 생활 방식를 보호하기위해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한편 르완다의 산악고릴라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침팬지같은 영장류 보호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이들을 관찰해온 인류학자들뿐만 아니라 환경론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영장류학자들은 열대우림지역의 보존에 노력을 기우리며 지역정부와 연계하여 영장류의 보존과 이들의 번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고인류학자들은 자신들이 연구하는 지역에서 인류화석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유전학자들은 DNA의 신비를 풀어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생의학연구에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법의학적 훈련을 받은 응용생물인류학자들은 연쇄살인 사건 같은 범죄 사건이나 미국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대량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생물인류학자들은 현대사회의 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생물인류학을 서구의 대학에서는 ‘체질인류학개론 또는 생물인류학개론’이란 과목으로 전 학년에게 교양과목으로 개설되고 있고 관련학과 학생들에게는 필수과목으로 설정돼 있으며 각 분야의 전공과목들이 학부와 대학원에 개설되고 있다. 국내 대학의 수가 300여 개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체질인류학’ 또는 ‘생물인류학’ 과목이 전공과목으로 개설돼 있는 학교는 겨우 서너 곳뿐이다. 심지어 관련학과 대학원에서도 일부의 내용만을 거론하고 있는 현실이다.

생물인류학 같이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아우르는 학문이 대학에서 개설돼 학생들을 교육할 때 오늘날 우리의 대학이 참 인간보다는 물질만능을 추구하는 비인간적인 지식인과 기능인만을 양성해낸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다.

박선주 충북대·체질인류학

필자는 버클리대에서 체질인류학으로 박사수료를 했다. 『고인류학』등의 저서와 「한국인의 기원과 진화」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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