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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수강생들이 던지는 자극
준비된 수강생들이 던지는 자극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3.02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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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상임대표

△연혁이 나름대로 오래됐는데, 그간 위기의 순간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는가.

“위기는 늘 상존했습니다. 특히 재정적 문제가 골치죠. 솔직히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수강료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고, 상근자들이 각출을 하곤 했습니다. 특히 이사를 하거나, 한 번 씩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업그레이드를 할 때면, 상당부분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재정 상태는 빠듯합니다. 안정적이지가 못하죠. 아! 물론 강사분들에게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은 문제없습니다.(웃음)”

△철학아카데미는 강의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일부에서 세미나 등의 형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중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보다, 조금은 일방향적 형식이 아니겠느냐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의위주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래도 세미나도 가끔 하고, 이런저런 행사도 개최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세미나로 방향 전환을 하려면 자금과 공간 문제가 해결돼야하는데, 그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대학과 달리 일방향적으로만 소통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수업을 놓고 보자면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질문과 반론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강사님들이 많이 긴장을 합니다. 더구나 여기 수강생들은  적극적이고 준비를 많이 해오기 때문에 수준들이 높죠. 이런 상황에서 수강생들을 배제한 수업이나 운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철학아카데미는 현재 두 곳이 있다. 단지 이름만 동일한 것이 아니라, 두 군데 다 본래 창립 때의 바로 그 철학아카데미임을 주장하고 있는데.

“여러 복잡한 사정이 있는데요, 원래의 철학아카데미가 법인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정우 선생이 별반 이유를 밝히지 않으시고 나가셨습니다. 그 분이 자신의 철학 아카데미를, 본래의 철학아카데미라고, 그 분 입장에서 주장하실 순 있죠. 뭐 워낙에 저희가 바쁘고 신경 쓸 일도 많아서,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습니다.”

△어떤 강의가 인기가 있나.

“보통 한 강좌 당 20명 정도가 수강을 합니다. 나이는 평균이 30대 초중반이고요. 직업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대학원생이 상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주부님들, 정년퇴임 하신 분들, 심지어 수강을 위해 아예 상주를 하는 분도 계십니다. 인기있는 강의는 딱히 말씀 드릴 순 없습니다. 대부분 알기 쉽고 깊은 강의가 인기있죠. 요즘에는 건축 강의, 미술 강의 등이 인기가 있습니다. 특히 건축 강의는 강의실에 수강생들이 꽉 들어찹니다.”

△수강생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50대 후반에 강의를 들으시고, 인생이 변했다며 대학원에 입학한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꽤 있습니다. 어떤 분은 사진업을 하는 분인데, 본업은 뒷전이고, 저희 수업을 너무 열심히 들으십니다. 약사로 일하다가, 저희 강의를 듣고 나서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을 말해달라.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강사료가 저렴해서 강사분들에게 제대로 대우를 못할 때가 가슴이 아픕니다. 인문학 박사들의 경우 생존이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이거든요. 좀 도움이 돼 드려야 하는데, 현실 벽이 참 높죠. 다만 그 분들이 자기 전공을 맘껏 강의할 수 있고, 그것을 위한 기회와 장소를 제공한다는 점에는 보람을 느낍니다. 또 평생교육 차원에서 누구든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향후 계획이나 전망은.

“유급연구원을 따로 두어서, 연구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강의 서비스 질 개선과 세미나, 학술대회 등의 확대 개최는 당연하고요. 후원 회원을 수천명 모집한다고 하면, 큰 꿈인가요. (웃음). 자발적인 시민 단체로서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고요, 더욱 내실을 다지도록 할 것입니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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