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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의학의 본질과 뿌리는 같습니다”
[화제의 인물] “의학의 본질과 뿌리는 같습니다”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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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6 09:39:30
그간 있었던 한·약사태, 의약분업 등 일련의 의료관련 사건을 통해 한방과 양방은 함께 갈 수 없는 것이라는 세간의 오해는 더욱 깊어진 듯 하다. 물론 서양의학에서는 동양의학이 품고 있는 다스림의 치유법을 배우고, 동양의학에서는 의료의 현대화를 통해 서양의학을 접목시키는 흐름들이 없지 않으나 아직까지 두 세계는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박준하 경희대 교수(의학,60·사진)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1998년 경희대 대학원 ‘동서의학 협동과정’에서 한의학 박사과정을 시작해 4년을 마치고 올해 박사학위를 딴 박교수는 한방, 양방의 박사학위를 모두 갖게 되었다. 박사학위 주제는 ‘침에 관한 연구’. 동·서양 의학박사를 모두 딴 사례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박교수는 지난 1963년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뒤 다시 1970년에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양의로서의 의학박사 학위를 딴 것이 1980년이었으니 20년만에 의학도로서의 첫 걸음을 뗐던 한의학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한 과정을 마치기도 힘들다는 의과대학을, 그것도 동서를 넘나들며 수십 년 간 공부한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서양의학의 진료체계를 몸에 익힌 그가 다시 동양의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두 의학을 함께 공부하고 싶었던 젊은 시절의 꿈과, 30여 년간의 현장 진료 경험을 통해 깨달은 ‘의학의 본질과 뿌리는 다르지 않다’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결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몸을 알면 알수록, 연구를 하면 할수록 두 의학이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 믿음을 실현시키는 길로 그는 동서의학의 협력진료의 길을 택했다. 그런 그이기에 아직까지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이 협력보다는 서로 반목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는 앞으로 그의 뒤를 이어 열린 마음으로 동서양의학의 장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자들이 많이 나와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두 의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합쳐져 의학이 더욱 발전하는 길이며 곧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와 좋은 진료를 제공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힘들 때도 있었지만, 첫 길을 여는 마음으로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임상분야에서 동서 협진의 체계적 모델을 개발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한의사와 내과의사라는 이름을 함께 쓰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박 교수의 포부가 크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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