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0:00 (일)
[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8] 진부한 제안
[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8] 진부한 제안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09.03.02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적인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은 적도 없이 모자란 영어로 겁없이 시작한 유학 생활 동안, 내게는 학문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믿고 따르게 된 선배들이 몇 명 생겼다. 그런 선배들이 한 두 명씩 학위를 마치고 대학에 임용돼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을 때는 내 일처럼 기뻤다.

그런데 그런 선배 중의 한 분이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뇌종양 선고를 받았고 생사를 다투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급하게 응급 수술을 받은 그 선배에게 메일을 보냈을 때, 선배는 끝까지 병과 싸워보겠다면서 공부하는 동안이라도 건강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 힘든 투병 생활을 일 년 정도 견뎌냈던 그 선배는 그러나, 결국 지난 해 5월 영면하고 말았다.

지난 7년, 유학 생활을 하던 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 검진을 받아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철마다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도 해 보았지만, 꾸준히 실천하지 못했다. 나중에 취직하면 운동도 하고 건강 검진도 받겠노라는 공약으로 당장의 게으름을 숨기려고 했을 뿐이었다.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 회사에서 실시하는 정기 검진을 받을 때면 늘 ‘지방간’이니 ‘콜레스테롤이 높다’느니 하는 주의를 받았던 점을 기억해 보면, 30대 중반의 몇 년 세월을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건강이 나빠져 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또한, 돌아가신 선배의 충고도 항상 맘을 떠나지 않았다.  

교수로 임용되고 드디어 제대로 된 의료보험을 가지게 되자 ‘건강 검진 받으러 가자’는 아내의 성화를 더이상 견딜 재간이 없어서  짧은 ‘윈터 브레이크’ 동안에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없다지만 콜레스테롤도 높고 하니 식생활을 바꾸고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의사의 충고를 들었다.

몇 달 전에는 담배를 끊었고 운동도 전보다 꾸준히, 많이 하고 있어서 몸이 예전보다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실망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큰 문제가없다니, 다소의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의사가 충고한 대로 평소 즐기던 육식 위주의 식단은 가능한 한 야채 위주로 바꿨고 식사량도 반 이상 줄였다. 운동도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 

이글을 읽으시는 교수님들께, 매일매일 강의에, 연구에, 또 행정업무등으로 바쁘시겠지만, 곧 다가올 새학기의 결심으로 건강챙기기를 시도해보시는게 어떨까하는 진부하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제안을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이 글을 빌어 고 송용회 선배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빌어본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