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2:30 (토)
마음 먹기에 달린 ‘학자로서 성공하기’
마음 먹기에 달린 ‘학자로서 성공하기’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02.23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해 봅시다]성공하는 교수란

“기차가 지금 역을 출발하고 있으니, 타든지 내리든지 결정해!” 스턴버그 교수의 선임 교수는 의견 충돌이 생길 때마다 ‘성공’으로 향하는 기차의 승차 여부를 채근했다. 종착역을 알 길 없는 선임 교수의 기차는 오늘도 부우 떠나간다.
우리는 삶에서 성공으로 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시시때때로 타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고매한 학자의 길로 인도하는 선로는 어디인가. 학자로서 성공에 다다르는 기차는 언제 어디에서 오는가.

이른바 성공지능(Successful Intelligence)으로 유명세를 탄 로버트 스턴버그 예일대 교수(심리학과)는 27년 학자의 뒤안길을 한 권의 지침서로 갈무리했다. 스턴버그 교수는 신간 『성공하는 학자가 되기 위한 암묵적 지혜』(신종호 역, 학지사, 2009, 이하『암묵적 지혜』)에서 학자로 성공하는 방법을 101가지로 요약한다. 매 장마다 한두 가지 에피소드를 나열한 짧은 글인 만큼 글의 형식을 일정하게 다듬었다. 도입부에서 먼저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어디서 어떻게 자신이 그 ‘교훈’을 체득했는지 에피소드를 열거한다. 끝으로 ‘교훈’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미국 대학의 현실을 풀어내고 있지만 신분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나 동료 교수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원제(The Unspoken Rules for Success in Academia)에서 알 수 있듯, 스턴버그 교수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통해, 산해진미를 눈앞에 두고도 체신머리부터 챙겨 매는 학자들의 경직성을 낱낱이 고발한다.


과제 제출이 임박한 때, 학생에게서 수업 과제에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받는다면 답장을 어떻게 써야 할까. 재임용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직감하던 찰나, 다른 대학에서 전임 자리를 제의하는 전화를 받는다면? 정년 보장 심사를 앞두고, 학문 동조의 압력을 알지만 온전히 ‘나의 길’을 갈 것인가, 동조로 인한 보상을 택할 것인가. 『암묵적 지혜』는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난관들을 지혜롭게 돌파하기 위한 실전 길라잡이를 자처하고 있다.

스턴버그 교수가 학자에게 성공의 처세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학자로 성공하는 확률을 매긴다면 성공은 ‘0과 1 사이’ 어디엔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학에는 정년을 보장 받는 교수와 보장 받지 못하는 교수가 엄연히 존재한다. 대학(혹은 학계)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성공’을 기대한다면, 좋건 싫건 기대치의 우선순위를 따져 보자는 말이다. 그렇다고 교수업적평가의 잣대가 선연한 칼날처럼 매서워지는 현실에서 마냥 ‘말 잘 듣는’ 학자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가항력에 맞서 학자의 소신을 지켜내기 위한 스턴버그 교수의 해답은 무엇일까. 스턴버그 교수는 정년 보장 심사 때 벌어진 실수를 지울 수 없다.

예일대에서 인간지능 분야의 심리학과 조교수로 재직한 지 5년차가 되었을 때 스턴버그 교수는 정년보장심사를 받았다.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받는 과정에서 스턴버그 교수는 일부 외부 평가위원들이 회의적인 평가 결과를 보내왔다는 소문을 듣는다. 스턴버그 교수는 ‘지능’이 심리학 영역에서 명성이 가장 낮은 분야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차별을 받았다고 확신했다. 그리곤 곧장 상대적으로 높은 명성을 인정받던 ‘사고’나 ‘문제해결’과 같은, 심사에서 ‘안전한’ 영역으로 자신의 이론을 포장할 마음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선배 교수 웬델 가너는 꾸짖었다. “지능 영역에서 무엇인가 큰 변화를 만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심리학에 입문했고 예일대에 온 것이라면, 자신을 지능에 관한 연구자로 정의하는 것이 마땅해. 설령 일자리를 잃는다고 해도 학자에겐 끝까지 물러설 수 없는 게 있는 거야!”

우여곡절 끝에 정년을 보장 받게 된 스턴버그 교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결과는 다행스럽지만 큰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것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입장이었다는 것.

스턴버그 교수가 제시한 ‘학자로 성공하기’ 101가지 교훈을 따라가다 보면 성공의 열쇠는 결국 스스로 마음먹기 달려 있다는 일종의 신앙적 고백에 봉착하게 된다. 학자로 살다보면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던 일들을 조금씩 양보하게 만드는 유혹이 많다는 스턴버그 교수는 다시 한번 주지한다.
“당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은 당신이 누구인지 규정해 주기 때문에 그 일들을 그냥 흘러가게 놓아둔다는 것은 스스로를 포기하는 짓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