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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시각] 마음 없는 인간이 던지는 질문 … 각박한 사회현실 문제되지 않나
[쟁점과 시각] 마음 없는 인간이 던지는 질문 … 각박한 사회현실 문제되지 않나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2.23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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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14]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Psychopath)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몇몇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사이코패스 여부를 진단해준다는 근거 없는 심리 검사 문항이 떠돌기도 한다. 언론은 연일 사이코패스를 일종의 악마에 비유하면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주의하라고 말한다. 마치 치명적이지만 숨겨진 정신병을 지닌 존재로 인식되는 사이코패스. 그들은 누구인가.

사이코패스는 본래 사이코패시(Psychopathy)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하나에서 나온 말로, 사이코패시를 앓는 사람을 말한다. 19세기에 프랑스 정신과 의사 필립 피넬이 처음 증상에 대한 저술을 한 적이 있으며, 1920년대 독일의 슈나이더가 설명을 한 적이 있다. 캐나다의 로버트 헤어는 사이코패스 판정도구인 PCL-R을 개발했는데, 40점 만점으로 일정 기준 점수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판정된다. 기준 점수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부의 오해와 달리 일반인이 자가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전문가만이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도구이다.

사이코패스가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 범죄 양상에 있다. 범죄의 구성 요소에는 동기, 수단, 방법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동기인데,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는 동기가 결여됐거나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반 범죄자들은 대부분 치정이나 개인적 이익 등의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는 그런 일반적 동기를 지니지 않는다. 흔히 사이코패스의 마음을 짐승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짐승은 이유 없는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반드시 동기가 결여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자기 이익의 극단적 추구라는 동기를 지니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감이 부족한 사람, 혹은 범죄에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타인을 착취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큰 뜻에서 사이코패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이러 견지에서 보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누구나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생존을 위해 경쟁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소 비정한 행동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이코패스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생물학적 이상설에서, 성장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설, 사회의 각박함 때문이라는 설 등 분분하나,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이들 요소가 종합돼 나타난다는 설도 있고, 사회적 욕망의 문제가 아니겠냐는 시선도 있다.

일부 논자들은 사이코패스를 예외적인 병리적 현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 자체에 대해서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타인에 대해서 공감하고 배려하는지에 대해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자 주장도 있다. 또 혹자는 다양한 상황적 맥락과 사회적, 환경적, 개인사적 원인을 도외시한 채, 모든 것을 사이코패시로 돌리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이코패시, 사이코패스는 일종의 현상이지, 사태를 설명하는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 조은경 한림대 교수, 경찰대 표창원 교수 등이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고, 일반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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