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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자의 시각] ‘모노아민 옥시다아제’가 수상하다
[범죄학자의 시각] ‘모노아민 옥시다아제’가 수상하다
  • 허경미 계명대·범죄학
  • 승인 2009.02.23 13:24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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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14] 사이코패스

<교수신문>은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와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
 지난해 진행한 기획에 이어 이번에 진행할 키워드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에 맞춰진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의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이 취지하에서 이번 호에서는 사이코패스를 살펴본다. 각박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냉혈한인 사이코패스가 출현한다는 징후가 뚜렷하다. 과연 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인간, 사회, 문명이 가져야 할 올바른 관계를 진단해본다. 범죄학을 전공한 허경미 교수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범죄학적 시각을 소개한다. 단순히 병리적 이상자로만 파악하는 것은 냉정한 판단이 아니라는 지적을 한다. 철학을 전공한 심세광 교수는 사이코패스라는 현상 이면의 사회 근간을 문제 삼는다.


 

[범죄학자의 시각] ‘모노아민 옥시다아제’가 수상하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고,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두려움 등에 대한 지각능력이 없으며, 자신의 행동이 범죄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능력도 없으며, 자기중심적이며, 타인과 친밀한 사랑을 주고받는 능력이 없으며, 극단적인 성적 활동을 보이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도덕적인 백치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이코패스는 대부분 보통 이상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주위의 평판에 민감해 사람들에게 젠틀하게 보이려고 행동하는 이중성을 가졌다고 해 가면을 쓴 인격자(The Mask of Sanity)라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반사회적 행동 원인은 생물학적 異常


특정 범죄인이 사이코패스인지 여부를 진단하는 도구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는데 특히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헤어(R. D. Hare)교수의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이 가장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헤어교수는 전 인구의 1%가 사이코패스이며, 사이코패스인 강력범에 대한 교도소 수감처우는 시간과 예산의 낭비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의 출발은 정신의학이었지만, 사이코패스의 반사회성에 대한 연구는 범죄학계에서 더욱 발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이코패스의 행동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하고, 극악한 범죄의 증가가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면서 범죄학자들은 사이코패스의 범죄적인 행동이 사회적으로 상당한 훈련과 학습을 거친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왜 특정인이 사이코패스적인 인격을 가지는 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의문은 1990년 대 초부터 네덜란드의 로퍼스(H. H. Ropers) 및 부루너 (H. Brunner)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뇌 속에 모노아민(Monoamine Oxidase A, MAOA)이라는 염색체가 부족할 경우, 공격성, 감정, 인지능력에 영향을 주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생산해내거나 전달해주지 못해 결국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는 일명 모노아민이론을 제시함으로써 상당부분 해소됐습니다.

그런데 모노아민이 부족한 상태로 태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살인이나 강간 등을 상습적으로 행하는 범죄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모노아민이 정상인 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아동기 시절 일관성 없는 부모 등의 통제, 학대, 유대감의 결여 등으로 인한 불안정한 정서 및 왜곡된 사회화로 인해 일탈된 행동을 반복하고, 그것을 더욱 고착화해 결국 강력범이 되는 것으로 많은 연구에서 나타났습니다.

모노아민이론은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국가 형벌권 행사의 한계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낳게 합니다. 먼저, 사이코패스를 뇌기능에 이상을 가진 정신질병자로 규정할 경우 그의 책임능력은 제한을 받게 돼 연쇄살인범이나 연쇄강간범이라고 해도 교도소에 수감하는 등의 형벌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오히려 보호 및 치료의 대상이 되며, 반대로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이상성격자로 규정할 경우 사형집행 등 법에 따른 형벌권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한편 사이코패스를 정신질병자로 규정한 경우에도 범죄자인 사이코패스를 국가가 감호시설에 수감 후 약물치료 등을 강제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여개주가 주법에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형벌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형편입니다.

 

사회적 논의 필요성 시급


현행 치료감호법은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심신장애 혹은 精神性的 장애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이들에 대한 치료감호를 할 수 있도록 해 사이코패스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행사와 치료를 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치료감호처분을 받지 않은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일반 교도소에 수감되고, 출소한 뒤 다시 사회로 복귀합니다.

앞서 헤어교수의 사이코패스를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은 징벌적 효과나 교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 및 모노아민이론을 감안할 때 이들의 재범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감시 역시 사이코패스 여부에 대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성범죄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는 형사처우의 효과를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이코패스를 정신적인 질병으로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비행청소년이나 성인범죄자를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여부에 대한 진단을 국가가 향후 범죄예방 및 사회보호 차원이라는 명분 하에 강제할 수 있는 것인지, 사이코패스라면 본인의 동의여부 없이 약물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무거운 과제입니다.

허경미 계명대·범죄학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했으며 『현대사회와 범죄』 등의 저서와 「정신장애 범죄자의 지역사회 교정처우모델에 관한 연구」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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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2009-02-27 17:39:57
'지나가다'님. 저희는 MAO-A가 유전자라고 표현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유전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해드렸습니다. 다만 흔히 축약을 해서 'MAO-A 유전자 결함'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리고 적극적 반론 의사를 물었던 것은,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독자님의 견해에 대한 것이지, MAO-A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하간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하단의 댓글이 달린 이유를 이후에 방문하는 독자들이 이해를 하기 위해서, 문제의 문장은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기존의 제목만 수정을 했습니다. 앞으로 청탁 원고의 세세한 표현에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나가다 2009-02-27 16:52:24
말씀하신 "MAO-A 유전자 결함"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는 MAO-A 효소(단백질) 합성의 주형이 되는 유전자에 결함이 있다는 의미이지 MAO-A가 곧 유전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기본적인 내용의 오류이다 보니 반론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더 적게 되면 교수신문에 결례를 범할 수도 있겠다 싶어 그저 이쯤에서 접도록 하겠습니다. 무례한 표현에 대해선 너그러운 이해를 구합니다.

지나가다 2009-02-27 16:48:24
저는 무슨 거창한 반론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 수준의 지적을 한 것뿐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려 염색체는 유전자도 아니고 효소도 아닙니다. 기사 본문에 뭐라 적혀 있습니까? 제 독해력이나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노아민(Monoamine Oxidase A, MAOA)이라는 염색체가 부족할 경우"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제도 말씀드렸듯이 모노아민은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이고 모노아민 옥시다제(산화효소)는 글자 그대로 효소입니다. 염색체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유전자도 아닙니다. 자꾸 문장 표현 하나 가지고 트집 잡는다는 인상을 드려 저도 참 답답합니다만, 어떤 주장의 근거가 되는 내용에 분명한 오류가 있다면 전체 논지가 독자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 오류라는 것도 생물학이나 의학의 기초 지식에 해당하는 대목에서 발생한 오류입니다. 저의 지적에 대해 방어를 하시는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교수신문의 명예나 위상을 고려한다면 기사 내용의 분명한 오류는 정정 보도를 하시는 편이 더 떳떳하지 않겠습니까?

교수신문 2009-02-26 10:32:16
2. 허경미 교수님의 견해에는 상대 필진인 심세광 선생님이 다른 관점의 견해를 대비시켜주셨습니다.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독자님의 견해 역시 '하나의 상반된 견해'입니다. 적극적인 반론의 의사가 있으시면, editor@kyosu.net으로 간단한 프로필과 함께 반론문을 보내주시면, 게재를 검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신문 2009-02-26 10:29:49
1. 모노아민 옥시다아제 자체는 유전자가 아니라, 효소라는 허경미 교수님의 확인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분명히 하자면, 모노아민 옥시다아제 효소를 생산하는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간략하게 문장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다른 언론에도 종종 "MAO-A 유전자 결함"과 같은 언급이 등장합니다. 서울 아산병원 신경과 과장인 김종성 교수도 이와 같은 축약적 표현을 종종 쓴다고 확인해 주셨습니다(관련 기사를 검색해보십시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