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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로스쿨’ 의혹 씻을 수 있는 커리큘럼 안 보인다
‘프리로스쿨’ 의혹 씻을 수 있는 커리큘럼 안 보인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8.12.22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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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혜택 앞세운 ‘자유전공학부’, 준비는 돼 있나

4년 전액 장학금 지급 등 파격혜택을 앞세워 우수학생을 모으고 있는 자유전공학부는 그 이름에 걸맞게 교육을 내실있게 준비하고 있을까.

자유전공학부는 ‘법학전문대학원’설치에 따라 발생한 ‘잉여정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으로 급조된 학과편제다. 내년 3월 처음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하는 전국 20여개 대학은 대부분 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했다. 이는 자유전공학부 도입 발표 직후부터 터져 나온 ‘프리 로스쿨’(Pre-Low School) 논란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하는 대학들은 자체 커리큘럼, 전임교원 충원, 타 전공과 협력 등 기본적인 조직과 체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 관계자는 “개강 전까지 1학년 과정의 커리큘럼만 완성하면 한숨 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전공학부는 교양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3월 들어올 첫 입학생은 교양학부나 학부대학 등 기존에 편성된 기초교양과정을 위주로 교육시키면 큰 무리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전공학부의 전반적인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은 교양과목을 두텁게 ‘깔고’,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여과 없이 커리큘럼에 반영하면서 기존 전공에 없던 융·복합 교육과정 여남은 개 개발해서 제공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시간에 쫓겨, 내실을 기하기보다 ‘구색 맞추기’가 더 시급한 대학의 상황을 말해준다.

자유전공학부는 융·복합 학문과 교양교육 등에서 새로운 커리큘럼을 갖고, 독자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에 차별성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자유전공학부의 성패는 전임교원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시행해 온 김혜숙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학장(철학과)도 “전공 선택 시 학생들의 특정학과 쏠림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지도교수의 꾸준한 학업·진로 지도는 필수”라고 말한다.

 
 자유전공학부를 실시하는 대학들은 학내에 개설된 거의 모든 학과를 두고 복수전공을 하는 이른바 ‘전공 디자인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지도교수의 면밀한 지도를 요한다.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4년간 이끌고 갈 전임교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자칫 학부제나 학부대학, 복수·연계전공과 차별성을 잃기 십상이다. 민찬홍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학과장은 “준비가 미흡한 채 출발하는 몇몇 대학은 단순히 ‘교양과목을 관장하는 학과’가 하나 더 생긴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수진 구성과 학과간 협력면에서 분명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커리큘럼은커녕 자유전공학부를 이끌어갈 운영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한 대학도 있다. 수도권 ㅅ대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전임교수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단과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푸념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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