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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 흑백논리식 접근 곤란 …‘연구진실성’ 대처할 대학간 협의체 필요”
“부정행위 흑백논리식 접근 곤란 …‘연구진실성’ 대처할 대학간 협의체 필요”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8.12.11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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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제4차 연구윤리 포럼

황우석 사태 이후 올바른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학계의 자정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홍익대 가람홀에서는 교육과학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 주최로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도전과 실천, 연구윤리 선진국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2008 제4차 연구윤리 포럼이 개최됐다.

지난 6월 숙명여대에서 개최됐던 1차 포럼과 부산대와 조선대에서 개최됐던 2, 3차 연구윤리 포럼에 이어, 다시 서울에서 개최된 이번 포럼에는 400 여명이 넘는 학계 연구원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연구윤리가 학계 초미의 관심사임을 보여줬다.

1차 포럼에서는 ‘대학(원)생 연구윤리 교육과 정규화 방안’, ‘국내외 대학 IRB 현황과 활성화 방안’, ‘올바른 논문저자 표기와 연구윤리’, ‘연구윤리 확립과 창조적 연구 강국’등이 논의됐는데, 이번 포럼에서는 2~3차와 동일하게 ‘인문사회과학분야 인간 대상 연구의 사전심의’, ‘연구노트 작성·관리’, ‘연구실 문화’ 등 3개의 주제가 다뤄졌고, 아울러 ‘연구진실성’ 주제가 추가로 논의됐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인문사회과학 분야 인간 대상 연구의 사전 심의의 주요과제 및 향후 심의체계’라는 발표문에서 크게 피험자에 대한 연구윤리 준수라는 측면과 사전심의 체계라는 두 가지 점에 중점을 둬 발표를 했다.
피험자에 대한 연구윤리에 대해 서 교수는 △자발적/숙지된 동의절차 확보와 △취약계층의 보호, △개인정보 보호라는 크게 3가지 윤리적 과제를 제시했다.

 
서 교수의 발표문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인간 대상 연구에서 준수해야 될 윤리적 지침이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중요한 주제를 언급하고 있어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고, 질의도 집중이 됐다. 특히 김영환 홍익대 산학협력단장은 “실제로 대학원생들이 피험자들을 접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이들이 과연 피험자의 권리를 능숙하게 보호할지 의문”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일정시간 연구윤리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를테면 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 소정 교육을 이수하는 조항을 둘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과학)는 ‘좋은 연구를 위한 연구지도와 공동연구-바람직한 연구실 문화 확립을 중심으로’에서 이공계 실험실 내의 연구지도 및 공동연구 문화에 대한 논의를 전개했다. 황 교수는 빈발하고 있는 표절 논란 등 연구윤리 관련 문제들의 여러 원인을 진단하면서 특히 실험실 내 갈등과 부족한 연구지도 등이 연구진실성 훼손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 교수는 레스닉(Resnik)이 제시한 윤리적 과학 활동의 필수덕목 중 4가지를 들면서 연구진실성 향상을 위한 연구지도의 지침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4가지 덕목들은 정직, 주의, 신용, 개방성 등으로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연구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저자 배정에서 공정해야 하며, 아이디어와 연구 데이터 등을 공유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황 교수는 우수연구그룹 130명을 비롯해 495명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도교수의 연구지도가 적극적일수록 그 성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례 발표에서는 실험실 내 갈등이 있는 곳에선 연구 성과도 저조하고 윤리적 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같은 실험실의 동료 연구자들의 세포 배양을 고의로 방해하는 사례도 보고돼 심각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멘토링이 활성화된 호의적인 연구실 문화가 연구 성과와 연구자의 윤리적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구진실성 검증의 실제적 문제와 해결 방안’에서 연구진실성 검증의 쟁점과 그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발표 중 주목할 것들로는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흑백 논리적 접근에 관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보고서, 논문, 제안서, 프로시딩 등 각각의 경우 동일하게 표절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정황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부연구위원의 발표에 참가자들은 공감을 표했다. 실제로 일률적인 잣대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정태 아주대 산학협력단장은 박 부연구위원의 발표에 대해 “표절 여부는 그 분야 전문가가 판단해야하는데, 이 경우는 결국 동료가 동료를 평가하는 셈이 돼, 적절한 판단을 방해할 것”이라면서 일종의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제안을 했다. 이에 박 부연구위원은 “다른 대학의 경험과 어려움을 공유할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하면서 “미국의 ORI등 대학을 지원하는 컨설팅 기관이 설립되기 위해선 시간적 축적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대학들의 자발적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철홍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부장은 ‘올바른 연구노트 작성과 연구윤리’에서 이공계 실험실에서 간과하고 있는 연구노트 작성법에 대해 세세한 제안을 했다. 권 부장은 연구노트의 작성방법으로 △페이지 일련번호가 있는 면의 테두리 안에만 기재, △실패로 간주되는 데이터도 반드시 기재, △가급적 당일 기록하고, 시간 순서별로 연구기록을 기재, △실험 내용이나 의견과 다른 내용을 기재시 인용 출처를 분명히 할 것, △수정 시에는 서명을 할 것 등을 제시했다. 또 연구노트가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맞게 기재가 됐는지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점검자가 확인하고 서명할 것도 제안했다. 한편 권 부장은 시대적 추세에 따른 전자연구노트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이 경우 서명 인증은 전자인증이, 입력일 기재는 자동 입력일 기록이, 수정 표시는 자동 수정 표시 등이 대신하게 된다.

권 부장의 발표에 대해 특히 이공계 랩에서 근무하는 참가자들은 서로 연구실 노트 작성 여부를 묻는 등 관심을 보였다. 또 김영환 홍익대 산학협력단장은 전자노트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2~3년마다 업그레이드가 되고, 저장 매체의 일관성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 부장은 아직 산재한 문제 때문에 구체적 규정에 대해선 내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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