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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교육 불신 여전하다
관치교육 불신 여전하다
  • 이철세 배재대 명예교수
  • 승인 2008.12.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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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조사 결과를 보고] 이철세 배재대 명예교수

이철세 /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교권위원장, 배재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획일적 관치교육과 이를 근거한 대학 총장의 제왕적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립대학인 경우에는 재정적 기여가 거의 없는 재단의 부당한 간섭이나 횡포가 이에 더하여 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청와대와 교육과학부 관련자들에 대한 신뢰수준이 각각 0.8%, 1.7%로 나타난 것은 중대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관치교육에 대한 깊은 불신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들이 멋대로 내어놓는 소위 개혁안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하는 교수들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며 허탈을 느꼈던가. 예를 든다면 학부제 도입이 강요된 이후 유야무야가 되기까지 10여 년간 대학에서 얼마나 많은 혼란과 낭비가 있었는가. 그러나 누가 그에 대하여 책임을 졌던가.  

총장은 막강한 권력에 비해 책임은 별로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들은 총장에 대해 대학운영 발전의 정책결정자로서의 막중한 역할을 인정하지만 행정가로서 군림하기보다는 재원확보와 교육 및 연구 활동 지원에 적극 나서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결정에서 일반 교수의 의견이 별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대다수의 교수가 총장의 중간 평가 도입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절대 권력이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절대 권력의 절대 부패는 대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총장의 능력이 모금과 교육 및 연구 지원 실적으로 평가되기를 교수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학교 법인은 학교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교수들은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는 학교 경영 개입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교수들은 법인의 학교 경영 개입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별로 또는 전혀 재정적 기여가 없는 대다수 법인의 경영 개입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말하면 잔소리이기 때문이다. 재정적 지원을 못하는 법인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할 것이다. 왜냐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등록금을 축내야만 재단이 생존할 수 있음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교수가 업적 평가 기준의 강화에 찬동할 뿐 아니라 강의 및 연구 업적 평가 결과의 공개에 대해 찬동한 행동은 자신감을 보여준다. 어떤 일이든 계획과 실행 후에는 평가가 따르는 것이므로 교수들의 평가 수용 태도는 당연한 것이며 총장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상황에도 어울린다고 하겠다.

교수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우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능하다면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에서 떠나고 싶어 하는 교수들이 예상 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교수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에 대해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다만 우리는 사립대학들이 천당으로부터 지옥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으므로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교수의 역할에서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연구를 내세우는 사람의 수가 정확히 3:1로 나타난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흔히 대학에서는 교육중심대학으로 가느냐 아니면 연구중심대학으로 가느냐에 대한 논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각 대학에서 교육담당교수 대 연구담당교수를 3:1로 배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사회 또는 정치활동을 교수의 최고 덕목으로 생각하는 교수도 100명중 한 명 정도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학이 이 정도라면 용인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소위 3불 정책에 대한 교수들의 의식을 보면 본고사 금지와 평준화 정책은 서서히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여입학제도 도입에는 대단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대학에는 축복이 되지만 타 지역 대학에는 재앙이 되는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염려는 당연해 보인다.

교수들의 역할이 의식 조사 결과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의식 조사는 교수들이 본연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용할 뿐이다. 부디 이 조사의 결과가 대학에서 의사결정의 민주화로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식을 높이고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 그리고 합리성을 높여 교수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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