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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한 평짜리 갤러리
[나의 연구실] 한 평짜리 갤러리
  • 교수신문
  • 승인 2008.12.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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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연구실을 부여받은 이후로 인생의 절대시간을 ‘나의 연구실’에서 보낸다는 것을 원고청탁을 받고서야 알게 됐다. 연구실은 8평 남짓 크기에 다른 대부분의 교수들처럼 책장과 책상 그리고 회의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매우 평범하다. 그러나 기능적인 면을 살펴보면 조금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나의 연구실에는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다. 1평 정도의 벽면에다, 학생들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나 각종 포스터, 팜플릿 중 우수한 것 혹은 본인 작품을 걸어두기도 한다. 그리고 자주 바꿔 버린다. 항상 새로운 것이 설치되기를 기다리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 때문이다. 간혹 본인의 작품이 우수하다고 자평하고는 갤러리에 걸리지 않을까 헛물켜는 학생들도 있다. 사실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걸어놓는다.

우리대학 연구실은 개방형이라서 복도에서 내부가 잘 보인다. 이러한 개방적인 공간구조가 ‘연구실 속 갤러리’를 만들고, 스스로 종신 관장에 취임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개인적인 ‘즐김’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주목할 점은 연구실 갤러리가 본인의 창작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발상의 출발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적 감각을 갖춘 디자이너 양성은 디자인 대학 교수의 주요한 교육 목표다. 매해 외국 대학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하는 디자인 워크샵에 해당학생을 참여하게 하거나 방학 중에 해외 인턴십을 경험하게 한다. 두 번째는 실험정신을 갖춘 실무형 디자이너 양성이다. 다른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산학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할 수 있으나 디자인 대학의 경우, 교수는 교수이기 전에 디자이너의 삶을 산다. 따라서 연구의 영역 보다는 실무의 시각에서 일반 디자인업체에서 수행할 수 없는 실험적인 작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석(학부생), 나세환(학부생), Andrew Yau(런던 메트로폴리탄대 교수), 조한나(학부생), 김세은(석사과정), 김하영(석사과정), 이정아(석사과정), Claudio Luchessi(시라큐스대 교수), 박보해(석사과정), 정구영(학부생), Andrei Martin(웨스트민터대 교수), 문정묵 교수, 아래열 왼쪽부터 이선경(학부생), 홍진희(학부생), 권우정(학부생)

사진제공=문정묵 교수


디자인과 같은 예술분야의 경우 종합대학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교육과 연구의 영역에서 다른 분야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연구의 영역에서 보면 대부분의 학문이 미래 예측을 위한 re+search의 성향을 갖는 과거 지향적인 성격인데 비해 디자인과 같은 예술분야는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pro+ject의 성향을 갖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교육의 경우에도 지식 전수의 역할이 많이 강조되는 다른 분야에 비해 디자인 교육(특히 창작 중심의 실기교과목)에서는 ‘지식 전수’를 결코 해서는 안 될 교육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창작세계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세계를 개척할 수 있도록 교육자의 역할은 일종의 자극제 역할에 국한된다.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려는 학생과 자신의 경험 세계를 학생을 통해 재구축하려는 교육자간의 갈등. 이것은 대부분의 디자인 교육 종사자가 과거 학창시절에 피교육자로서 경험하던 것이다. 너무나 잘 알고 있으나 쉽게 해결 되지 않는 숙제다. 학생이라는 타인의 세계에서 자신의 지적 세계를 재구축하려는 이상과 교육자 본위 사이에서 발생하는 내면의 갈등. 그 지루한 투쟁이 매일 나를 기다리고 있다.

문정묵 상명대·실내디자인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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