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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자료와 역사적 고증, 美德인가 混亂인가
다양한 자료와 역사적 고증, 美德인가 混亂인가
  • 이정학 상명대·스포츠학
  • 승인 2008.10.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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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스포츠의 본질: 제례의식에서 기록추구로』 앨런 거트만 지음│송형석 옮김│나남│304쪽

이 책의 저자 앨런 거트만은 스포츠를 전공한 체육학자이기 이전에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한 뒤 문학 활동을 해온 문학사가이다. 따라서 그가 이 책에서 기술한 내용의 전개방식은 딱딱한 지식전달의 체계를 벗어나 흥미위주의 지식전달방식을 택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그러나 내용의 전달방식이 가볍다고 해서 절대로 그 내용까지도 가볍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만큼 매우 심도 있게 저술된 훌륭한 스포츠 전공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1978년에 출판된 까닭에 거트만 교수가 제시한 사례들이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느낌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있어서는 그 어떤 스포츠 인문학 서적과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는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 하겠다.

저자는 스포츠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지속돼온 인간의 가장 오래된 놀이이며 교육형태 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대중들의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스포츠의 본질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스포츠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첫째, 어느 누구도 스포츠에 대해 깊게 사유하지 않았으며, 둘째, 스포츠를 연구하는 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들이 대중을 위해 글 쓰는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거론했다. 저자는 이의 해결책으로 스포츠의 본질을 통해 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을 저술하게 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됐으며 1장에서는 놀이, 게임, 경기, 스포츠에 대한 정의와 본질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으로 그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놀이에서 게임으로 발전하며, 게임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으로 경쟁을 제시하며 경쟁을 통해 경기의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단어의 어원적 뿌리를 통해 확인시켜나가는 등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그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1장에서는 체육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을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가능하게끔 구성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체육학을 공부하지 않는 일반대중에게도 익숙한 놀이, 게임, 경기, 스포츠에 대한 용어를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그것들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2장에서는 근대 스포츠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원시, 고대, 중세 스포츠의 특징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저자는 근대 스포츠의 특징을 탈주술화로 간주하고 과거의 제례적 의미로서의 스포츠가 현실세계에서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그 가치가 다양하게 변화된다는 사실에서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저자는 근대 스포츠의 특징을 세속성, 평등, 전문화, 합리화, 관료화, 기록화, 기록추구에서 찾으며, 관련된 증거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다.

2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神 중심의 종교적 의미가 깊게 내재된 스포츠가 인간중심으로 전이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세계의 다양한 측면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스포츠가 합리화 과정을 통해 인간들의 다양한 목적과 궤를 같이 한다는 사실은 스포츠의 의미가 원시, 고대, 중세를 거쳐 근대 스포츠로 변형돼가는 논리적 근거로 제시 된다.

3장에서는 근대스포츠가 출현하게 된 배경과 이에 대한 비판가들의 견해를 다양한 시각에서 설명했다. 특히 저자가 제시한 근대 스포츠의 6가지 특징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적 견해와 네오 마르크스주의적 견해를 통해 비판과 수용을 동시에 함으로써 독자들의 근대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사실은 근대 스포츠의 본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마르크스주의와 네오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더욱 합리적인 새로운 사회이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트만은  해답으로 막스 베버의 사회이론을 제기한다. 베버에 따르면 근대사회의 특징은 탈주술화에 있으며 근대사회의 형성은 주술적인 믿음의 시대에서 합리적인 사고와 선택이 강조되는 시대로 전환되는 것에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거트만은 스포츠 또한 이러한 사회변화와 함께 제례적 의미에서 현실적 의미로 전환돼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트만은 근대 스포츠에는 비합리성과 합리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며 스포츠에서의 제례적 의미에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4장과 5장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라 할 수 있는 야구와 미식축구의 다양한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4장과 5장에서 저자가 스포츠의 본질을 설명키 위해 미국의 야구와 미식축구를 끌어들인 것은 1~3장에서 깊이 있고 광범위하게 설명한 스포츠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4장에서는 문학작품에서 표현된 스포츠와 관련된 내용을 자주 언급함으로써 갑자기 이 책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혼란을 야기한다. 5장에서도 미식축구의 매력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다양한 사례들은 저자가 애초 밝히고자 했던 스포츠의 본질이라는 본류에서 다소 벗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5장의 마지막에서 스포츠의 사회과학적 의미를 설명키 위해 여러 실증적 사례들을 제시하면서도 저자가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생각의 공간을 남겨놓은 것은 스포츠학자로서 저자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하다. 6장에서는 미국인들의 개인주의 성향과는 반대로 개인스포츠보다는 단체스포츠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도표를 통해 제시했다.

이러한 방법은 미국인들이 단체스포츠를 좋아하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사회과학적 접근방법으로는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인문학적 물음인 왜(why)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까닭에 6장에서 기술된 주된 내용은 저자가 애초 출발점으로 삼은 스포츠의 본질을 밝히고자 하는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느낌으로 남는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1장은 체육학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자연과학, 인문사회에 관계없이)에게 있어 필수적인 기본적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에 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2장과 3장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도를 높이는 중요한 내용들이 깊이 있게 다뤄져 있다. 이러한 까닭에 번역자 자신도 해제를 통해 이 책의 핵심은 2장이라고 단정 지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포츠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와 역사적 고증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기술했으며 또한 스포츠학자들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자, 역사학자, 문학가들의 지식을 끌어들여 근대사회의 특징과 스포츠의 본질을 관련시켜 설명키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이러한 폭넓은 접근방식은 이 책의 신뢰도 및 학문적 가치를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용어들에 대해 배경설명을 곁들이면서 그 용어의 원래의 의미는 무엇이며 스포츠 현장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설명한 대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저자의 해박함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이미 스포츠를 공부하는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바이블로 불릴 정도로 많이 읽히고 논문 등에 자주 인용되는 체육학의 필독서로 간주되고 있다. 저자의 깊고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구성된 原著를 송형석 교수가 매끄러운 번역과 주석을 통해 원저를 뛰어넘는 훌륭한 번역서로 내놓았다.

 
특히 일반대중은 물론 체육학을 공부하는 전공자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번역자의 주석을 통해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역자는 번역에 그치지 않고 책의 마지막 장에 해제를 덧붙임으로써 번역과정에서 자신이 느꼈던 원저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했는데, 이것은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다.

즉, 역자는 저자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저자의 愚를 지적하는 등 객관적 시각에서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독자들이 거트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데 국한 돼서는 안 되며 비판적 사고를 갖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정학 상명대·스포츠학

필자는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스포츠철학으로 박사학위를 했다. 『체육과 스포츠의 철학적 탐구』 등의 저서와, 「스포츠 가치관의 본질과 딜레마」등 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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