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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일본 : 도쿄대 주최 ‘동아시아 4대학 공동테마강의’
[해외통신] 일본 : 도쿄대 주최 ‘동아시아 4대학 공동테마강의’
  • 박영준 / 일본 통신원
  • 승인 200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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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22 15:00:29
박영준 / 일본 통신원·도쿄대 박사과정

도쿄대가 일본 국제교류기금의 후원하에 작년 10월부터 올 1월에 걸쳐 서울대, 북경대, 베트남국가대 하노이분교 등과 ‘아시아의 역사인식과 신뢰’라는 주제로 벌이고 있는 ‘동아시아 4대학 공동테마강의’는 충분히 주목할 만 하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모은 것은 1998년부터 ‘세카이(世界)’지 등을 통해 일본학자들과 한국병합의 불법성에 관해 지속적인 논쟁을 벌여온 서울대 이태진 교수(역사학)의 강연이었다.

지난 11월16일과 17일에도 미국 보스톤에서 한국, 일본 및 구미 학자들과 더불어 동주제에 관한 대규모 국제심포지움을 주도한 바 있는 이 교수는 11월30일과 12월7일, 2회에 걸쳐 동경대 교양학부에서 ‘일본의 한국병합의 진상 및 근대한국의 자력근대화의 꿈과 좌절’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이 교수는 규장각 소장의 사료들을 풍부하게 제시해가며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국병합이 강압과 편법에 의해 자행된 국제법상 불법의 행위였다는 점, 이로 인해 근대조선에 있어 자력근대화의 시도가 좌절된 점을 구체적으로 예증하였다. 그리고 일본내 일부에서 이러한 역사적 진실을 도외시하고 여전히 조선병합의 합법성을 주장하고 있는 견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아울러 비판하였다.

한편 자리에 참석한 학생들은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한국내 역사인식은 어떠한지, 그리고 역사교과서 문제나 야스쿠니 참배문제와 같은 양국간의 현안들을 극복하고 장래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21세기의 일본을 짊어질 대학생들이, 이 강좌를 실무적으로 주관하고 있는 도쿄대 나카지마 타카히로 교수(중국철학)가 대학의 책무로서 강조한, ‘타자와 공존하면서 새로운 보편을 지향하는’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느낀 것은 필자만의 감상이 아닐 듯 하다.

이 교수도 강연 서두에서 감회깊게 언급했듯이, 실증적인 연구성과에 기반한 한국 사학계의 메시지가 일본 최고학부의 대학생들에게 직접 발신되기는 극히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 메시지가 동아시아 4국의 대표적 대학이 더불어 참가하는 공동강의라는 그릇에서 발신되고 있음이 신세기 동아시아 지식공동체의 새로운 존재양태를 조심스럽게 예감시켜준다. 역사학을 포함한 우리 인문사회학계가, 보다 보편성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생산된 지식들을 국경을 넘어 세계의 지식공동체에 발신하는 과업을 새로운 책무로서 떠맡지 않으면 안될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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