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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넘은 ‘실용성’의 힘, 과학으로 증명돼
100살 넘은 ‘실용성’의 힘, 과학으로 증명돼
  • 박혜원 울산대·심리학
  • 승인 2008.10.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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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7. 지능] 전통 지능이론, 여전히 유효하다

박혜원 울산대·심리학

 아시다시피 인간의 지적 능력에 대한 관심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할 것입니다만 지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19세기에 이르러 갈튼(Galton)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갈튼이나 카텔(Cattell) 등 초기 연구자들은 심리학을 철학으로부터 분리하고, 인간의 사고를 과학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감각기능 등 수량화하기 쉬운 능력을 중심으로 지능을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능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반영하지 못했고 이어서 등장하는 공식적인 지능이론들에 의해 추론(reason), 계획(plan), 문제해결(problem solving), 추상적 사고(abstract thinking), 이해(comprehension), 언어(language), 학습능력(learning) 등을 총괄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돼 왔습니다. 그러나 지능은 창의성(creativity), 성격(personality), 특성(character), 지식(knowledge), 지혜(wisdom) 등과는 구분되고 있습니다(Sattler, 1988).

다만 이러한 지능을 하나의 전반적인 능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학자에 따라 달라 스피어맨(Spearman)은 2 요인론(일반 지능과 특수지능), 서스톤(Thurstone)은 7 가지 기본정신능력(언어유창성, 언어이해, 시공간개념, 수, 기억, 추론, 지각적 속도)을 주장했고, 카텔은 일반지능을 다시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으로 구분했습니다. 이러한 분화적 입장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인 길포드(Guilford)는 180개 이상의 독립적인 요소의 조합으로 구성된 지능구조를 주장했습니다. 즉 전통적인 지능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논쟁점은 인간의 모든 지적 수행 능력을 관장하는 일반요인이 있는지, 아니면 서로 구분될 수 있는 세부 요인으로 나눠지는지와 관련돼 있습니다.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은 바로 지능요소를 분화시킨 서스톤의 영향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80년 가까이 학계에서 인지적 영역에 국한됐던 지능을 신체적, 정의적 영역 등으로 넓힌 가드너의 MI 이론은 엄밀한 의미에서 기존의 지능이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론이라고 하겠습니다. 골먼(Goleman)의 정서지능(EQ)이론에 대해서도 본인은 정서‘지능’이라는 용어보다 지능과 대비할 수 있는 ‘정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가드너의 접근이 학계에서 중요시 여겨지는 이유는 인간능력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예언하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지와 관련해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MI이론은 심리측정적으로 훌륭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스톤의 7가지 지적 능력들이 엄밀한 심리측정학적 분석에서 각각 분리될 수 있는 지능으로 도출되기보다 일반 요인(g)로 묶여 오히려 일반 지능의 존재를 입증했던 것처럼 가드너의 MI이론도 전통적인 지적 영역뿐 아니라 사회성과 영성을 포함해, 일부 MI의 지능들은 서로 분리되기 어렵고 또한 일부는 서로 상관이 거의 없어 지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가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인문 사회과학의 많은 주제들의 정의는 그것이 옳고 그른가 하는 측면보다 그 정의가 얼마나 유용한 가에 따라 논의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 지능이론은 지능검사라는 도구를 통해 실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습니다. 비네(Binet)의 지능검사를 시작으로 볼 때 이제 100살을 넘은 지능검사가 아직도 유용한 이유는 바로 실용성입니다. 세계대전에 돌입한 미국이 신병의 업무 배치를 위해 지능검사를 사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고 하는 주장은 과장된 점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지능검사만큼 간단하면서도 훌륭하게 인간의 행동을 예언할 수 있는 도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능검사가 학업 수행과 사회적 성취 모두를 성공적으로 예언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져 있어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분화된 지능요소이론인 길포드(1967)의 지능구조 모델(Structure of Intellect Model)에 의한 검사도구는 기존 지능검사를 해석하는 데 주로 사용됐으며 지능검사로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가드너의 MI이론도 아직 각 영역의 능력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도구의 개발이 어렵고 따라서 이론의 활용도가 낮습니다. 골먼의 정서지능(EQ)이론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지능을 능가하는 유용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드너의 이론은 실용성의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자칫 오해하기 쉬운 지능과 지능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유용한 도구들이 유용히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1세기에는 눈부신 과학 특히 뇌과학의 발전을 고려할 때 생리적 지표를 활용한 지능이론 등이 등장할 것인지 무척 기대됩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과학의 발전은 현재의 지능검사보다도 실용적이면서도 타당도와 신뢰도가 높은 지능검사의 개발을 가져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전통적 지능이론과 지능검사를 대체할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박혜원 울산대·심리학

필자는 매사추세츠대에서 발달심리로 박사학위를 했다. 주요저서로는 『영재 아동의 이해와 지도의 실제』, 『표준보육과정의 이해와 적용』이 있다. 논문으로는 「한국 웩슬러 아동지능검사 표준화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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