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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뿌린 곳에서 꽃 피우기
[나의 연구실] 뿌린 곳에서 꽃 피우기
  • 양미희 숙명여대·약학
  • 승인 2008.10.13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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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전공은 넓게는 사회의약학, 좁게는 환경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연구이다. 현재 교수 9년차에 접어든 여성약학자로서 아무쪼록 나의 연구실에 대한 간략한 단상이, 특히 이 글을 읽는 후배 교수들께 도움이 됐으면 한다. 우선, 짧게나마 교수가 돼 연구실을 꾸미고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회고하고, 나의 연구실 운영 방침, 교육과 연구의 비전을 기술코자한다.

행복했던 2년 반의 미국 포닥 생활을 뒤로하고, 청운의 꿈을 갖고 거의 연고자가 없는 맨 땅,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교수가 되는 큰 산을 넘었다. 그러나 여교수가 적은, 완전 마이너리티로 대학교수가 되고도 -때로는 섬처럼 많이 외로워서- 교수에게도 가끔 선생이 필요할 때를 느낀 적이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나를 믿고 따라오는 내 학생을 한 사람의 독립된 연구자로 키우기 위한 교육적 방법론을 세우고 싶었고, 연구비에 연연하지 않고 한 주제로 오래 연구 할 수 있는 혜안과 인내를 배우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마주친 첫 문제는 모든 교수가 겪는 연구비 확보, 둘째 문제는 학생유치였다. 주로 과진과 학진, 식약청, 환경부, 국립암센터, 농진청 등에 나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시대의 필요에 답하는 연구를 하려고 애써왔다. 전공과 관련,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하는 자기관리도 필요했다.

메커니즘 연구를 많이 하는 생명과학 분야에 필자와 같이 분석역학을 하는 이들이 적어서 연구 제안이나 수행 시, 비전문가들에 의해 불이익을 당한 적도 많았다. 숙명여대로 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건강기능성 식품연구, 내분비장애물질 모니터링 연구 등 연 1~2억 원 정도의 연구비를 확보해 3~4명의 학생들과 연 3~4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해 왔다. 사학의 무거운 강의 부담으로 다작도 못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이 분야의‘마일스톤’이 되는 귀한 논문을 꿈꾸고 있다.

숙명여대 독성학 교실의 연구실 전경  사진제공: 숙명여대 독성학 교실


‘나의 연구실’ 운영 방침은 우리 연구실에서 생산되는 자료(data)의 신뢰도를 위해 필자와 학생들에게 오리엔테이션부터 정직과 실험기록 남기기를 가르친다. 주1회 저널클럽과 랩미팅을 실시하고, 수업은 필자가 일본에서 배운 도제식 지도이다. 일단 내 연구실 학생으로 오면 첫 학기는 문헌 찾기, 관련 종설을 영문으로 쓰도록 해 본인의 향후 연구방향을 잡게 한다. 분석, 통계, 약동학 등 관련 워크샵, 국내외 학회, 국제공동연구 등 학생의 장래와 연구를 위해 나도 자주 참가하고 학생들도 많이 내보낸다.

학생들에게는 다소 엄격했고, 나 자신에게도 느슨해지거나 안주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한 가지 문제는 학교보직, 학회 등 제반 업무를 감안한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것인데, 우선순위를 가지고 마땅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맡아서 하는 편이라 다소 정치적이지는 못한 편이다.

<교수신문>‘나의 연구실’ 원고를 쓴다고 하자, 제자 하나는“연구자로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본을 배웠다”고 말했다. 실험 전 철저한 계획, 실험 후 정리정돈, 실험 과정 및 실험 결과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고 생각하기를 배웠다는 말이다. “글로 남기고, 말로 표현하는 것(발표력)을 배웠다.” 셋째 “학문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봉사)하는 것을 배웠다”는 게 제자들의 답변이었다.

연구실을 꾸려나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신 장비구입 문제 등 산재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지혜로 양심, 미덕(배려), 희망을 가지고‘씨 뿌린 곳에서 꽃을 피우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

양미희 숙명여대·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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