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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교수들] 권위와 위선 발가벗긴 ‘장진구’ 교수
[화제의 교수들] 권위와 위선 발가벗긴 ‘장진구’ 교수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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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화화된 지식인의 추태
지난 겨울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위선,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던진 한 교수가 있었다. 돈으로 교수직을 사고, 바쁘다는 핑계로 표절을 서슴치 않다가 급기야 재임용에 탈락해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공부방의 선생님으로 현기증 나는 신분하강을 겪기도 한다. 현란한 수사와 궤변으로 불륜을 미화하는가 하면,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고 강의를 하고, 가정에서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일관한다.

다름아니라 TV드라마 ‘아줌마’의 등장인물 장진구(강석우 扮)가 바로 그다. 지식인이 이처럼 희화화된 예도 극히 드물지만, 교수들이 지닐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면모들이 이같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경우도 없었다. 교수들의 사회적 위신이 가차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에 대한 교수들의 반응도 가지가지였다. “아이들 보기 창피해서 교수노릇 못하겠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가 하면, 인물청탁, 뇌물, 표절로 얼룩진 교수사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교수들도 많았다. 또한 여전히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강직하게 본분을 다하고 있는 교수들이 속물적 교수들과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데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장진구에 의해 표현되는 교수들의 모습이 일면적이고 과장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보편성을 지녔다는 점. 우리신문 ‘신문로 세평’에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이점을 지적하며 교수 사회에 만연한 학벌패거리주의와 연고주의 등 교수사회의 일그러진 면모를 들춰낸 바 있다. 그러면 장진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 찾기는 모든 교수들의 몫으로 여전히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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