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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신간]『국민국가의 정치학』외
[학술신간]『국민국가의 정치학』외
  • 교수신문
  • 승인 2008.06.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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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국가의 정치학』 홍태영 지음│후마니타스|376쪽

부제는 ‘프랑스 민주주의의 정치철학과 역사’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소(EHESS)에서 ‘프랑스 제3공화국의 자유주의적 기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의 일관된 관심은 ‘국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이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관심이 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의 시공간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사회와 만나면서, 1백년전 프랑스가 경험했던 민주주의의 공고화 경험과 과제에서 무엇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인가를 탐색하는 지적 모험으로 결실된 책이다. 프랑스의 정치적 자유주의의 전통, 전통적인 국가 개념과 일반의지, 공화주의적 전통이 프랑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주요한 틀이 됐다고 보고 있다. 근대사상가들을 정치지형 속에서 배치하면서 주제를 파고든 점이 흥미롭다.

■『미술사로 본 한국의 현대미술』 안휘준 지음|서울대출판부|262쪽


1992년 『한국의 현대미술, 무엇이 문제인가』를 펴냈던 저자의 문제의식을 더욱 확대된 형태로 제시한 것이 이번 책이다. 총론, 창작과 비평, 미술교육 세 부문에 걸쳐 한국 현대미술의 근본 문제들을 짚었다. 총론에 실린 「미술을 다시 생각한다」, 「어떤 현대미술이 ‘한국’미술사에 편입될 수 있을까」라는 글은 지금 이곳에서 한국 미술의 의미 갱신을 요청하는 값진 글로 읽힌다. 특히 전국 미술대학의 이론교육과정을 추적해 이론 교육이 소홀히 취급돼 왔고, 그나마 기능적 이론에 치우쳤던 현실, 한국이나 동양의 전통 미술에 관한 교육이 지나치게 불충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은 미술교육 개선 방향을 잡아준다. “한국미술사를 전공필수로 개설하고 있는 대학은 매우 드물다”는 저자의 뼈아픈 지적은 한국 현대미술의 선 자리를 보여준다.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 이정우 지음|한길사|339쪽


플라톤에서 헤겔에 이르는 ‘신족’ 과, 니체에서 데리다에 이르는 ‘거인족’의 철학 계보 즉 서양 존재론의 흐름을 사유하고자 시도한 책. 저자는 플라톤주의와 반플라톤주의를 ‘이데아와 시뮬라크르’의 대결로 이해하면서 플라톤, 니체, 베르그송을 독파한뒤, 들뢰즈, 가타리를 통해 ‘되기’의 실천철학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는 니체 이후 되풀이된 철학의 모토 ‘플라톤주의를 전복하라’는 반복명제에서 한 발 떨어져 이를 동시대 철학의 투쟁으로 戰線을 그려냈다. “철학사에서의 반복은 결코 지루한 반복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각각 당대에 벌어지는 투쟁들의 반복인 것이다.” 플라톤의 텍스트 『소피스테스』를 戰場으로 택해, 반플라톤주의의 요람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부각된 ‘시뮬라크르’의 의미를 조명했다.

■『실재의 죽음』 김소연 지음|도서출판b|270쪽

9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사에 관한 연구서로 라캉주의의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이는 저자가 분석방법을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슬라보예 지젝의 영화연구서들을 번역 소개해왔던 저자의 이력으로 본다면, 이러한 라캉주의 의존은 자연스럽다. 저자는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의 이행기적 성찰성’에 주목, 80년대 영화운동과 90년대의 계승 문제를 냉정하게 분석함으로써 또 하나의 논쟁을 예고한다. 즉 저자는 80년대 민주화운동과 영화운동 주체의 무의식적 구조가 히스테리 담화의 구조에 지배됐으며, 90년대의 지식인 주체들이 어떻게 이 히스테리적 저항의 ‘절반의 윤리’조차도 계승할 수 없었던가를 논증, 정치적으로 올바른 영화적 실천으로 간주돼왔던 코리안 뉴웨이브 영화를 ‘윤리적으로 실패한 실천’으로 규정했다.

■『한국 현대 실천철학』 김석수 지음|돌베개|488쪽

부제는 ‘박종홍부터 아우토노미즘까지’. 서양 철학 100년의 전통을 쌓은 한국의 실천철학의 전개를 추적한 역작이다. 식민지 시기부터 군정 시기에 이르기까지의 강한 민족,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강한 보편주의를 표방한 당시의 철학적 경향과 견주어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시민운동의 확산 및 다원주의의 출현과 더불어 ‘약한 보편주의나 차이에 대한 긍정’을 지향하는 철학적 경향과 연관을 다뤘다. 신남철, 박치우, 박종홍, 백남운, 조가경 등을 중심으로 실존주의와 마르크스주의가 민족주의와 어떤 관계에 놓여 있었는지, 안호상, 박종홍, 이규호, 김형효 등이 펼친 국가주의와 이것이 한국 현실과 교육에 미친 영향을 살핀 1부는 한국 사상가들이 서구철학 수용사를  보여주는 지적 파노라마의 정리라 할 수 있다. 2부는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등 다원주의적 철학적 모색을 탐색하는 데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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