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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기후변화, 생태적 전환 촉구하는 자연의 메시지”
[기후변화] “기후변화, 생태적 전환 촉구하는 자연의 메시지”
  •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 및 에너지정책학
  • 승인 2008.06.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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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_ 1. 기후변화] 기후와 함께 변하는 사회와 인간의 삶

산업혁명 이래 더 많은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지고의 가치로 추구해온 경제성장 전략은 이제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난제에 부딪쳤다. 작금의 경제성장 전략은 에너지 소비, 특히 화석연료의 소비와 긴밀히 연동돼, 주요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간의 경제성장은 화석연료의 광범위한 연소를 통해 가능했으며 이렇게 이루어진 경제성장은 다시 화석연료를 비롯한 에너지 사용을 촉진해왔다. 2005년 현재 세계적으로 공급된 제1차 에너지는 114억3천5백만TOE로, 이는 1970년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그 중 석유 35.0%, 석탄 25.3%, 천연가스 20.7% 등 화석연료가 81.0%를 차지하고 있다. 화석연료야말로 현대 자본주의 산업경제의 핵심적 동력이면서 기후변화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를 줄여나가야 할 대상이다.

기후변화의 시대, 인류는,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은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2년에 영국에서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설된 후 2004년 5억 달러에 불과했던 탄소시장이 2005년에 EU에서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가 시작된 이래 점점 커져 2006년 301억 달러, 2007년 541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부터 교토의정서상 제1차 의무감축이행기간이 시작되면서 배출권 거래가 보다 활발해져 2010년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 규모인 1,5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제 세계는 저탄소경제 실현을 제1의 목표로 내세우며 탄소시장에서의 거래와 투자를 성장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국가들에서는 주요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를 숲 등의 흡수체로 빨아들여 궁극적으로 발생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기도 하고 탄소포집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도 하며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의 보다 효율적 이용을 위한 기술과 기기개발이 한창이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탄소 다이어트를 실현함으로써 여분의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하거나 미래를 위해 저축(banking)하려 한다. 그래서 기후변화 관련 최근 논문들의 상당수가 탄소시장 전망이나 배출권 거래제의 설계와 운영, 배출권 거래제에서의 CO2 배출 산정 방법 등 기후변화의 시장기제에 관심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대기를 상품화한다거나 오히려 오염원들에게 ‘오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이를 거래하게 한다는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적 세계 질서가 유지되는 한 시장기능의 활용을 통한 ‘자본주의적인 기후변화 해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시스템에 보다 잘 적응하고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야말로 현명한 대응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소 포용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생태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Herman Daly)의 주장처럼 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정책수단이 오염의 총 규모를 설정하고 그 한계 안에서 비용효과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이러한 해법이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접근이 진정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일 수 있기 위해서는 시장의 형성과 작동에 앞서 시장메카니즘 내에서 시장 자체만으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즉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장의 규칙을 세워나가는 정치적 결정이 중요하다. 세계 전체의 배출총량규모를 얼마로 할 것이며 누가 얼마만큼 줄이도록 할 것이냐의 문제가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한 국가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구 전체적으로 볼 때, 기후변화문제의 해결은 선진국의 배출량 자체를 줄이고 개도국의 배출량을 일정수준까지 늘리도록 하여 평형상태가 되도록 하지 않는 한,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선진국이 현재의 기후변화 진행에 대한 생태적 빚을 지불하도록 강제되지 않는 한,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국가간 무역을 통한 탄소배출이전 혹은 탄소누출(carbon leakage) 문제를 제대로 고려하고 있지 않기에 탄소수지의 관점에서 무역문제를 재조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에너지집약적인 산업들을 해외로 이전하고 에너지집약적인 제품들을 수입해다 씀으로써 배출책임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가장 책임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혹은 다른 생물종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정보도 자본도 기술도 없어서 가장 가혹한 기후변화영향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기후변화를 정의의 차원에서 해결할 필요를 제기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은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 이산화탄소 배출규모가 세계 9위인만큼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탄소 배출 선진국으로서 배출량을 상당규모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 아니,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기후변화의 징후들은 협약의 테두리를 넘어 바로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생존 차원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이 무엇보다 긴요함을 드러낸다.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탄소수지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접근이 지구 전체 차원에서는 배출원의 이전에 그칠 뿐 실질적 배출감소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결국, 지금의 삶의 구조와 방식이 변화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의 진행으로 누가 어떤 위험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어느 정도 취약한지 등에 대한 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적응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해나가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데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이용방식과 산업구조, 사회체제, 공간이용방식, 나아가 생활양식 등을 바꿔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사람들의 생존을 지탱하는 일자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살펴야 한다. 기후변화대응이 에너지절약이나 효율 향상,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차원을 넘어 국토 공간의 이용방식을 바꾸고 생활의 방식과 규모를 바꾸며 사람들의 일자리를 바꾸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는 지금과 같은 자연의 흐름과 속도를 넘어서서 이루어지는 생산과 소비활동, 나아가 삶의 양식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기후변화는 대기의 물리 화학적 조성 변화의 문제지만 그러한 변화가 사회경제적인 나아가 문화적인 문제에서 출발했기에 기후변화 해법은 바로 이러한 사회경제적 문화적인 구조의 차원에서 찾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가 변하면서 기후가 변했고 그러한 기후의 변화가 이제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자본주의 경제의 생태적 전환, 아울러 물질지향적인 자본주의적 가치와 인식의 생태적 전환을 촉구하는 자연의 메시지다. 이제 우리가 이 신호에 답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바로 이러한 변화를 위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 및 에너지정책학

필자는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에너지 및 환경변화 시대 정치경제학적 재구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과 기후변화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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