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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편(북한 소장 자료)’ 출판을 고대한다
‘보유편(북한 소장 자료)’ 출판을 고대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8.06.1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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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동향]『단재 신채호 전집』 출간의 의미와 과제

지난 4월, 『단재 신채호 전집』(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전 9권)이 출판됐다. 『개정판 단재 신채호 전집』(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1977)이 출판된 지 30년 만의 일이다. 그간 학계는 물론 사회 일각에서도 새로운 단재 전집 편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 까닭은 기간된 전집에 수록된 단재의 무기명 논설에 대한 저자 시비와, 다른 사람의 저술을 등재한 오류 및 원전 미제시로 인한 전집으로서의 한계 때문이었다. 또한 개정판 전집 출판 이후 단재의 자료가 많이 발굴되어 추록이 필요했다. 특히 북한이 소장하고 있는 미공개 자료의 일부가 북한과 중국학자에 의해 공개돼 이를 보완해야 했고, 70년대 단재 전집 편찬 시 북한이 발행한 『용과 용의 대격전』을 중요 자료로서 이용하면서도 이를 숨겨야만 했던 학문적 과오를 인정하여야 할 때도 지난 것이다.

『단재 신채호 전집』의 편찬은 단재의 다양한 학문 세계와 활동을 감안해 사학·문학·언론·독립운동 등 사계의 전문가 13인으로 편찬위원회(위원장: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를 구성해 편찬 원칙과 방법을 논의하고,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편찬위원회는 중국 등에 산재한 단재의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특히 평양 인민대학습당에 보관돼 있는 미발굴 단재 자료의 수집을 위해 노력했다. 필자도 그 일원으로 참여해 중국을 통해 자료의 수집을 시도했고, 직접 평양을 방문하는 기회에 당국자에게 단재 자료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재 신채호 전집』은 유감스럽게도 북한 소장 자료를 제외한 9권으로 일단락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1권부터 제4권은 역사편으로서 제1권은 『조선상고사』, 제2권은 『조선사연구초』, 제3권은 「독사신론」·「대동제국사서언」·「조선상고문화사」, 제4권은 『을지문덕』·『수군제일위인 이순신』·『동국거걸 최도통』·『이태리건국삼걸전』을 수록했다. 제5권은 신문·잡지, 제6권은 논설·사론, 제7권은 문학, 제8권은 독립운동, 제9권은 단재론·연보로 구성됐다.

단재 자료의 학술적 정확성 제고

새 전집은 원전의 제시에 충실했고 새로 발굴한 자료의 수록에 노력했다. 제3권에 수록한 「대동제국사서언」은 1910년대 단재의 역사인식을 잘 보여주는 저술로서 이번 전집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제5권에는 『신대한』과 『천고』의 원전·새 활자본·역주본 3종이 게재됐는데, 『천고』 제3호는 비록 일부이나마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편찬위원회가 특히 유의한 것은 무기명 논설의 저자 확정과 수록 여부로서, 이를 위해 별도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단재의 논설과 사론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안창호의 저술이 분명한 「신민회 취지서」와 단재의 글이 아닌 「고락유수」는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서호문답」과 「국민·대한 양마두상 각일봉」 등 단재의 저술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 것이 적지 않았으나, 전집 편찬의 신중을 기하기 위해 제외하기보다는 기명 논설, 인정 논설과 함께 추정 논설로 분류하여 게재해 두기로 했다. 제7권에는 『용과 용의 대격전』(북한)과 『신채호문학유고선집』(김병민)을 수록하고 이밖에 시·소설·비평·서신·서문을 모았다. 여기에는 북한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에서 출판한 『용과 용의 대격전』(1966)의 원문을 영인함으로써 그간의 학문적 부채를 덜 수 있었다. 제8권은 단재의 활동을 국내 계몽운동과 망명·독립운동, 3·1운동 후 독립운동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관련 자료를 모아 정리했다. 마지막 제9권은 단재와 교분이 있던 인사들이 쓴 논찬·비평·회고·추모 등의 단재론을 수합하고 말미에 연보를 정리한 것이다.

새 단재 전집 간행의 의의로는 첫째, 원전을 중심으로 단재의 다양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일일이 원전을 찾는 불편을 해소하고 자료 이용의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 둘째, 기간 전집의 오류를 정정함으로써 단재 자료의 학술적 정확성을 제고했다는 점, 셋째, 기간 전집 편찬 이후 30년이 경과하며 새로 발굴한 자료를 추록함으로써 단재 자료를 집대성했다는 점, 넷째, 원전에 가장 가까운 자료를 중심으로 새 활자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색인을 제작하여 열람의 편의를 제공함은 물론 자료의 이용도를 높인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단재 전집의 간행을 통해 제기된 향후의 과제 또한 적지 않다. 가장 커다란 과제는 역시 자료 문제다. 아직도 찾지 못한 단재의 자료가 적지 않으며, 북한에 소장된 단재의 자료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인민대학습당에는 「강역고」, 「선랑사통론」, 「단군강역도만주고」 등 단재의 미공개 친필 저술이 다수 보관돼 있음이 확인됐다. 그간 남측의 여러 기관에서 북측과 ‘물밑’ 접촉을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차제에 단재의 미공개 자료의 공개와 전집 보유편 편찬을 남북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로 상정해 난관에 봉착한 남북 대화와 소통의 물꼬를 터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남북이 공동으로 추앙하는 단재가 남긴 자료는 민족적 자산으로서, 북측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남북 정상에서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결실을 거두는 ‘실용’적 제안과 ‘실질’적 대화도 소중한 것이다.

현재 북한에 소장된 단재의 친필 저술인 「조선사를 외국인에게 배우지 말어라」라는 원고의 뒷장에는 단재가 붓글씨로 “독자 없는 저작물, 구람자 없는 미술품, 숭배자 없는 인물”이라고 자신의 비감한 심경을 적은 글이 있다고 한다. 『단재 신채호 전집』을 편찬했으나, 국토의 분단으로 자신의 저술 중 상당수가 전집

에 포함되지 못해 반쪽 전집이 되고 말아 그야말로 ‘독자 없는 저작물’이 되고 만 오늘의 현실을 예감이라도 했던 것일까. 북한이 소장하고 있는 단재 자료가 조속히 공개돼 전집의 보유편이 출판되기를 고대한다.

박걸순 / 충북대·사학

필자는 충남대에서 「한국근대사학의 전개와 고려사인식」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독립운동사 강의』 , 『한국근대사학사연구』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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