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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은 없다 … ‘국제성’·‘피인용지수’가 관건
지름길은 없다 … ‘국제성’·‘피인용지수’가 관건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8.06.09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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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정보]SCI등재, 어디에 역점둬야 하나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 구 Thomson Scientific) 관계자가 밝히는 SCI등재를 위한 팁은 “학회가 비즈니스마인드를 가지고 학술지 논문을 외국 학술대회에서 널리 알려라”는 것이다.
정부와 대학이 국제기준의 논문업적을 요구함에 따라 교수들도 SCI, SSCI, SCIE, A&HCI 등 SCI급 저널의 논문게재에 내몰리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공계를 중심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 등재지 논문 게재는 업적에 넣지 않는 등 SCI급 저널 게재를 독려하고 있다. 학진 등재지를 떠나는 좋은 논문을 붙잡기 위해 한국 학회들도 SCI 등재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월까지 한국에서 발행되는 SSCI는 7종, SCIE는 46종, SCI는 10종, A&HCI는 2종으로 SCI급 저널은 총 65종이다. 현재도 많은 한국학술지들이 SCI등재 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연말까지 SCI 등재 논문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톰슨로이터는 매년 2천여 종의 저널을 평가, 등재여부를 판단한다. 평가대상은 신규저널(등재여부평가)과 기존 SCI등재지(재평가)로 구분된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톰슨로이터 본사는 박사급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등재평가를 실시한다.
해당학문분야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학자들, 유관 학회, 연구자 단체, 유명도서관 사서 등이 참여해 평가대상 저널의 상황, 다른 학회의 추천, 저널을 찾는 빈도수, 해당 연구 분야 저명도 등을 평가한다.
매년 SCI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는 저널 수는 150~200여 종이다. 톰슨로이터는 “해당 학문분야 상위 10~20% 저널만 등재된다”면서 “SCI 목적 중에는 수많은 학술지 중에서 볼만한 저널을 가려내는 것도 있다”고 설명한다.

톰슨로이터 저널 선택 기준은 “ISI(현 톰슨로이터) 데이터베이스에서 구분하는 200여 학문분야별로 ‘가장 중요하고 국제적으로 영향력있는’ 저널로 국제 학술연구자 사회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톰슨로이터 관계자는 “ISI데이터베이스는 포괄적이지만, 모두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같은 연구분야에서 뛰어난 학술지만 고른다”면서 “등재평가 기준 중에도 동일분야에 SCI등재지가 있으면 등재를 하는데 불리하다”고 말한다.
SCI등재기준은 △출판규정(Basic Journal Publishing Standards) △저널내용(Editorial Content) △국제성(Internationality) △인용분석(Citation Analysis)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용분석’, 국제 동종 학계 학자들의 관심이 주효하다는 것이다.

 

□ 등재전략, 저널 창간 장단점 판단해야= 기본적 출판규정에는 출판일 준수가 중요하다. 톰슨로이터는 SCI등재를 검토하면서 최소 연속 간행된 3가지 저널을 보고 정기성을 판단한다. 매달 1일 출판된다면, 5월, 6월, 7월호가 매달 1일에 출판됐는지를 본다.
저널의 제목이 저널이나 학문분야의 목적 등에 부합하는지, 논문 제목이 내용을 설명하는지, 저자정보나 참고문헌 서지사항이 정확한지도 검토대상이다. 일부 학회에서는 이런 검토대상 때문에 “기존 학술지 제목을 유지해야 하는지, 새 제목을 달고 신규 출간해야할지”, “KOREA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묻기도 한다.
톰슨로이터 관계자는 “새로운 제목으로 바꿔내면 기존에 해왔던 학술논문업적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KOREA’를 드러내면 국제성이 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역성을 드러낼 수도 있다. 각 학회가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밝힌다.
SCI등재 평가는 편집위원이 한국인으로만 구성돼 있는지, 얼마나 넒은 범위에서 선정됐는지를 살핀다. 이름만 빌려주는 연구자가 있을 수 있어 ‘8개 이상의 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는 편집위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편집위원의 연구경력, 국제적 신인도 등도 본다. 특히 신규 저널의 경우 편집위원이 과거에 어떤 연구로 무슨 논문을 적었는지를 밝혀 연구능력을 파악하는 등 저널 편집위원회의 역사를 살핀다.

 

□ 영어본문, 등재여부와 무관= SCI등재가 반드시 영문 학술지여야 할 필요는 없다. SCI에 등재돼 있는 한국증권학회 <Asia-Pacific Journal of Financial Studies>(SSCI)와 한국고분자학회 <POLYMER-KOREA>(SCIE)는 국문학술지로 논문본문이 한글로 게재된다. 한국증권학회는 현재 영문 전환을 준비 중에 있으며, 한국고분자학회는 별도 SCI 영문 학술지가 등재돼 있어 국문학술지를 유지할 예정이다. SCI 등재기준 중 영문기입요건은 논문제목, 저자명, 참고문헌, 요약문과 키워드에 한한다. 현재 발행되는 국문학술지도 기입요건만 영어를 병기하면 영문학술지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

톰슨로이터 관계자는 “그러나 영문으로 낼 것을 권한다. 등재를 할 때는 기입요건만 보지만 재평가를 할 때는 국제적인 피인용지수가 중요하다. 외국 학자들이 논문을 인용 하려면 영어로 된 논문이 유리하다”면서 “유럽 여러 나라들도 영어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교학’처럼 영어본문이 효과적이지 않은 분야는 (재평가 시) 예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피인용지수를 높일 수 있는 단기·장기 처방은= 톰슨로이터 관계자는 “학회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국제 학회들과 넓게 교류하는 것이 등재에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등재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해당 학문분야 연구자들로부터 받는 피인용지수이기 때문이다.
톰슨로이터의 한 관계자는 “인용분석을 할 때 자기-인용(Self-Citation) 수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해당 논문이나 학술지가 간과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한 두 논문의 피인용수치 뿐만 아니라 전체 학술지의 피인용수치, 영향계수(Impact Factor)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피인용지수를 높일 수 있는 처방은 단기적으로 외국 저명학자들의 논문을 받아서 싣거나, 장기적으로 국제공동연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 같은 학문 분야 내 다른 유명저널을 벤치마킹해 동료 연구자들이 누군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뒤 그들의 인용을 목표로 삼아 자신의 논문이 인용되는 방안을 살피는 것도 유리하다.
철학이나 미술, 음악처럼 인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 학문분야의 경우에는 사회적인 면이나 관심도, 영향력을 인정하거나 악보와 같은 작품도 인용으로 포함시킨다. 논문만 아니라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프로시딩이나 특허도 등재평가에 가산점을 받는다.

톰슨로이터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톰슨로이터 본사 직원을 만나면 등재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속설에 불과하다”면서 “어떤 단체가 학술지를 추천한다고 해서 공신력을 최우선에 둔 SCI 등재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무엇보다도 학술지가 좋은 논문·좋은 연구자를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하고, 학회가 국제적 교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등재노력이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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