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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정책추진 … 현장 목소리 듣는 지혜 없다
‘브레이크’ 없는 정책추진 … 현장 목소리 듣는 지혜 없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8.06.09 14: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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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백일 교육정책 점검

대학자율화를 바탕으로 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들이 구체화되면서 대학들의 촉각이 예민해지고 있다. 새로 추진되는 정책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학 입시 관리·감독권 대교협 이양 △세계수준의 연구중심선도대학 육성사업(WCU) △ 국립대 법인화 △학부제 폐지 등 대학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중심으로 대학현장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진단을 모아봤다.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학 입시 자율화 정책이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학 입시 관리·감독권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로부터 이어받게 되는 대교협의 역량이다.
서정화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장(홍익대)은 대교협 역량을 낙관한다. “대교협이 대학 자율역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교협에 너무 많은 권한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겁낼 필요도 없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교협에 떠넘기는 게 아니라 큰 흐름 속에서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대교협 회원 대학 간 이해관계가 다른데 어떻게 대교협이 입시 업무를 잘 조정할 수 있겠느냐”면서“대교협은 책임을 질 수 있는 기관도 아닌데 민영화란 차원에서 현실을 지나치게 과잉 단순화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는 “대교협의 위상이 대학협의체임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사무총장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자율조직체로 여기지 않고 국가 하위기관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면서 “대교협에 입시업무를 이관한다는 게 자율화의 잣대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WCU, 성급한 추진 우려

세계수준의 연구중심선도대학 육성사업(WCU)은 새정부 들어서 대학 현장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정책이다. 개별 대학들에서는 로스쿨 선정보다 더 큰 대학 지형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원 자격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선정 대상도 20여개 안팎으로 예상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연히 대학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적지 않다. 

안병진 건국대 기획조정처장(응용통계학)은 “WCU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전체 일정도 변경되고 담당 국장도 바뀐 것으로 안다”면서 “사려 깊게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성급하게 추진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긴 정책을 추진하는 데 급급하다가 오히려 대학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충고다.

지난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누리사업이 정권 교체를 빌미로 중단된 부분이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하에 지역 발전을 위해 지원했던 각종 정책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방대 육성을 취지로 추진됐던 누리사업은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까지 사업이 완료된다. 최정도 전국누리사업협의회 이사장(충북대)은 “참여정부에서 5년동안 1조 2천억원을 투자해 이제 취업률이나 입학 충원율도 높아지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정책의 실패로 중단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이 중단되는 것은 황당하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장석권 한양대 기획처장(경영학)은 정책 일관성 결여를 문제삼았다. “대학이 어떤 제도에 적응하려면 5~10년이 걸리는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심지어 1,2년 단위로 바뀌기도 한다. 정부가 한 방향을 제시하고 대학들을 일변도로 몰고가다보면 성공하지도 못할 뿐더러 이미 개별 대학이 가지고 있는 특색마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국립대 법인화 재정 지원 전제해야 

국공립대는 새 정부가 다시 추진하고 있는 법인화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주혁종 충남대 교무처장(고분자공학)은 “법인화는 아직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법인화를 밀어붙이기에 앞서 정부가 그 동안 고등교육 분야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처장은 “정부에서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해 설령 한 두 대학이 법인화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국립대가 지금보다 못한 상태로 퇴보한다면 이 정책은 절대로 성공한 정책으로 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윤식 부산대 기획협력처장(통계학)도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도 마치지 못한 단계라 국립대 법인화에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정부 지원 축소, 등록금 인상, 교육 공공성 약화 등에 대한 해법도 정부가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 속에 도입됐던 학부제는 정부가 최근 운용 자체를 대학에 일임함으로써 대학측의 운신 폭이 넓어진 사안이다.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등은 학과제 전환을 위해 내부 의견 수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혁종 처장은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서 학과제 전환을 고민하고 있지만 학과제 전환이 고비용 저효율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교과과정 개편은 대학에서 할 몫이지만 정부가 기자재· 공간 마련을 위한 추가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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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2008-06-11 18:24:04
물론정권초기이지만 설득력없는 정책발표/ 소신없는정책/가능성없는 무책임 발표와 정책의
혼선은 불신과 무능력-무기력 교과부를 낳게함/

교육현장의 타락과 사립대학의 부조리가 심한편으로 말세적 경향 무능력 정책만이 난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