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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범위 놓고 신중 … 안식년 등에 패널티 적용하기도
공개범위 놓고 신중 … 안식년 등에 패널티 적용하기도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8.06.0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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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동국대 강의평가 공개 이후 타대학들 고민은

동국대처럼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대학들이 늘어날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학은 없어 보인다. 한 학기 동안 동국대 내부에서 일어난 교수사회의 반발을 지켜본 뒤 ‘일단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쪽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수업권을 주장하면서 강의 평가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성대 신문이 최근 이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의 평가 공개 찬반의견 조사 결과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강의평가 결과 공개 찬반을 물은 결과 재학생 414명 가운데 323명(78%)이 찬성의사를 밝혔다. 평가 공개 수위에 대해서는 224명(54%)이 대학 홈페이지나 교내신문에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기를 원했다. 또 하위 평가를 받은 교수들에 대해서는 ‘임금차감’(28%), ‘수업축소’(25%)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학생들이 강의 평가를 강의에 불성실한 교수들에 대한 제재 조치 수단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학들은 공개 범위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공개에 앞서 강의 평가 신뢰성이나 타당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각 대학들이 강의 평가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아봤다.

자체 강의 평가 나선 학생들

경희대와 서울대에서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강의평가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몇 해 전부터 교양과목에 한해 자체적으로 강의 평가를 하고  학생들에게 자료집을 배포해 왔다. 지난 학기부터는 전체 개설강의로 대상을 넓혀 그 결과를 온라인 상에 공개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번 학기부터 자체적으로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전창렬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강의계획서도 안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면서 “대학본부 측에 평가결과 공개를 요구 했지만 공개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강의평가를 실시하게 됐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교수님들의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라 정확한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항은 대학측에서 기존에 해오고 있는 평가문항과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마련할 계획이다. 공개 범위는 대학측과 협의를 거쳐 수위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이번 결정에 대해 양호환 서울대 교무부처장(역사교육)은 “학생들이 마련한 평가 문항을 살펴봐야겠지만 단순히 인기나 만족도 조사가 되는 것을 경계해 실시한다면 대학에서 하고 있는 강의 평가와 상호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 우수자’ 인센티브 방식도 많아

강의 평가 결과가 우수한 교수들을 포상하는 방식은 대학들이 대중적으로 택하고 있는 활용 방법이다.
건국대, 대구대,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등이 강의 평가 결과 상위자를 선발해 포상하고 있다. ‘베스트 티처’로 선발되는 교수들에게는 격려를, 그렇지 못한 교수들에게는 자극을 주겠다는 의도다. 서강대, 부산대, 경북대 등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명강의 에세이를 받는다. 벌을 주는 것보다는 강의 우수자에게 상을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강대, ‘강의 못하면 승진 제한’

강의 평가 결과에 따라 교수들에게 ‘패널티’를 주기도 한다.
서강대는 이번 학기부터 강의 평가 하위자에게는 승진·재임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휴식년과 안식년에서도 기회를 제한한다. 서강대 관계자는 “회귀분석을 통한 전체 교수들의 강의 평가 표준점수가 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상대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학기 일정비율의 교수들이 여기에 해당 된다”고 말했다. 연구에 이어 강의에서도 경쟁시스템을 적용해 실질적인 압박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평가 공개는 비교육적, 실질적 피드백 중요”


평가 공개에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공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대학들도 있다. 이들 대학에서는 대신 강의 평가 신뢰성이나 타당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동대는 개별 교수들에게 통보되는 평가결과를 내실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동대 교수들에게 통보되는 강의평가 결과는 강의 수강 규모별로 전체 점수 분포도에서 자신들의 순위를 알 수 있다.

김영섭 한동대 학사부총장은 “재학생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강의 정보는 학생들 사이에서 충분히 정보 교류가 되고 있다”면서 “교수들에게 모멸감을 주면서까지 공개할 필요가 없다. 비슷한 규모 수업을 하는 교수들끼리 상대평가가 되기 때문에 충분히 스스로 자각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o 아무개 영남대 교수처럼 피드백을 통해 자발적 강의 개선에 나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는 예전보다 낮은 강의 평가 점수를 받고 이번 학기 초에 교내 교수학습개발센터를 찾았다. “티칭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서 어떤 강의 기법을 쓰면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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