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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 ‘담론시장 주도’ 눈에 띄네
출판사들 ‘담론시장 주도’ 눈에 띄네
  • 김혜진 기자
  • 승인 2008.05.06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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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 돌파

연구자들이 생산한 이론을 모으고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던 출판사들이 최근 각종기획물들을 쏟아내면서 담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출판계 주도로 일궈낸 학술적 성과는 ‘고전총서’발간이 가장 주목된다. 동서고금의 고전들을 번역·소개한 방대한 기획물들은 2차, 3차 번역물이 개별적으로 소개되는 기형적인 담론 구조를 교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달 『일상적인 것의 변용』(아서 단토 지음, 김혜련 옮김) 출간으로 100권째를 맞은 한길사(대표 김언호)의 ‘한길그레이트북스(이하 그레이트북스)’가 대표적 주자다. 그레이트북스는 『삼국사기』 등의 고대 동양고전부터,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홉스봄의 역사 3부작 등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고급’ 번역물로 위상을 구축해왔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서양사)는 “전공자에 의한 충실한 번역으로 고전의 정본을 만들었다”고 그레이트북스의 학술적 의미를 평가했다.

해외 동향의 기동성 또한 출판계가 선도하고 있는 부분이다. 연구자들에 의한 해외 성과의 수입이 개별적이고 단편적 경향을 띈다면, 그린비(대표 유재건)의 ‘크리티컬 컬렉션’과 도서출판 길(대표 박우정)의 ‘프런티어 21’은 각기 20세기와 21세기 지성사의 흐름을 담아내 사상적 풍요로움을 끌어올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출판계의 주도력이 빛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전문적 글쓰기에 주력하고, 대중적 청중들을 고려하지 않는 지식사회의 생산경향이 하나의 원인이라면, 출판사의 학술적 역량이 높아진 것이 또 다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출판평론가 표정훈 씨는 “해외 이론 번역에만 치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그나마 번역도 학계와 만나는 접점이 줄면서 일반번역자들이 늘어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혜진 기자 kh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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