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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사상의 근간으로서 ‘유학’ 추적
정치·경제 사상의 근간으로서 ‘유학’ 추적
  • 김혜진 기자
  • 승인 2008.04.28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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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한국유학사상대계 6~7』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심우영)이 한국의 유학사상을 집대성하는 『한국유학사상대계』 작업의 세 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1차분인 철학사상편(상·하)과 2차분인 문학사상편·교육사상편에 이어 이번에는 6권인 정치사상편과 7권인 경제사상편이다. 이번 출간으로 총 12권 발간을 계획하고 있는 이 사업은 반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모든 분야는 삼국시대를 시작으로 고려, 조선 전·중·후기와 현대까지 왕조 시기구분에 따라 설명되지만, 철학·정치·경제 등 분야별로 유교사상이 시기·정치사회적 배경에 따라 차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반영해 그 구성과 비중을 달리했다. 예컨대 정치사상편은 조선 전기의 유학사상 전개를 관학파와 사림파로 나눠 분석하는 한편, 경제사상편은 조선 건국주체의 경제사상이 조명되고 조선 전기의 전체적 서술은 빠졌다. 또 경제분야에서 유학사상의 주요한 변동기였던 조선후기는 5장에 거쳐 분석됐다.

가족주의로 인한 ‘민본’ 정치사상의 왜곡


정치사상편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전기(관학파와 사림파), 조선중기(사림파와 북인), 조선후기(남인과 노론)를 구별해 정치사상으로서 유학의 수용과 전개과정을 살폈다. 특히 조선 후기 중에서도 탕평기 군주, 실학파, 한말 유가의 사상을 별도의 장으로 다뤘다.
이병휴 전 경북대 교수, 노중국 계명대 교수, 남인국 대구교육대 강사, 최이돈 한남대 교수, 정호훈 연세대 연구교수 등 총 14명의 분야별 전공자들이 참여해, 당대 유교사상의 핵심적 특징과 수용 및 전개 양상을 중점적으로 파헤쳤다.

총론을 맡은 이병휴 전 경북대 교수는 “어떤 학문이나 종교 또는 신앙도 우리 역사상 정치사상 내지 통치이념으로서 기능한 면에 있어서는 ‘治世의 學’인 유학만큼 지속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없었다”며 한국 정치사상사에서 유학의 위상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 장을 정리한 박병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유학의 본래 의미와 조선시기 가족주의로 인한 이의 왜곡을 한국 유학 형성의 주요한 흐름으로 지적한다. 중국에서 등장한 유학은 “‘국가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인데, “(이는) 제왕가의 사적인 전제 치하를 수정하려는 중국적 지성의 표현”이었지만, “조선조 정치사상의 전개는 이 점이 끝까지 관철되지 못하고, ‘국가’ 사상의 상실은 유가적 ‘민본’을 관찰시킬 수 있는 동력의 상실과 바로 연결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한편, 박 교수는 유가정치사상의 현대적 의의를 ‘성찰과 배려의 정치’라 정리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사상에 숨겨진 ‘경세론’


경제사상편은 삼국 및 통일신라, 고려시대, 조선 건국주체, 조선중기(사림파와 양반)를 나누고, 조선 후기는 유교적 경제규범과 수세관행, 정조의 경제론, 시전정책의 경제사상적 배경, 실학의 농업사상, 실학의 상공업사상을 정리했다. 참여한 연구자들은 총론을 맡은 이헌창 고려대 교수를 비롯해, 전덕재 경주대 교수, 김난옥 고려대 강사, 박홍규 고려대 교수 등 12명의 연구자들이 각 장에 참여했다.

이헌창 교수는 “조선시대 유교 윤리의 부정 위에서 오늘날 한국인의 경제윤리가 성립하거나 구미로부터 이식됐다는 파악은 일면적”이라고 유학의 위상을 정리한다. “오늘날 한국인의 경제윤리는 주자성리학→실학사상→개화사상→현대사상으로 이어지면서 시대상황에 맞게 변모했으며, 그러한 가운데 이전의 모든 것이 부정된 것이 아니라 계승, 발전됐다”고 설명하면서, 자본주의적 경제사상 발전에 융합된 유학적 원리를 끌어올렸다. 이 교수는 특히 ‘경세론’에 내포된 도덕경제론이 오늘날 경제사상에 주는 영향을 추적한다.

 
『한국유학사상대계』는 1년 주기로 두 권씩 출간된다. 법사상편과 사회사상편이 올해 말, 예술사상편과 과학기술사상편이 2009년, 마지막 권인 종교사상편과 첫 권인 총론편이 2010년 발간돼 한국 유학사 집대성이 마무리 된다.

김혜진 기자 kh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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