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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교육스러지는 기초과학의 기초…위상 재점검 시급
물리교육스러지는 기초과학의 기초…위상 재점검 시급
  • 교수신문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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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3 11:57:27
송진웅 / 서울대·물리교육

지난 2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이 공개됐다. 지난해에 비해, 상위 50% 학생들의 전체 평균은 66.8점이 떨어졌으며, 계열별로는 예체능계 75.6점, 인문계 65.8점, 자연계 49.6점이 각각 하락했다. 여기서 실제 ‘심각한’ 문제는 평균점수의 하락이 아니라 계열별 지원자 수의 비율이다. 2002학년도 응시자 73만8천814명 중, 자연계는 26.9%이었고 인문계는 56.4%이었다. 즉, 자연계 지원자의 비율이 인문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연계를 지원하는 학생의 비율이 해마다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5학년도의 경우 인문계는 48.3%, 자연계는 42.6%로 서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지만, 불과 7년 사이에 자연계가 인문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연계 지망자 중에서도 실제로 과학기술자가 되겠다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간신문에 의하면, “공부 잘 하는 학생은 의대에 가겠다고 하고, 보통 아이들은 요리사가 되겠다, 호텔경영을 하겠다, 춤으로 승부를 걸겠다 등 다양하다”고 한 고교생(서울 H고 2년)이 요즘의 학교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문제가 여기에서 그치면 다행이다. ‘더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렇게 적은 비율의 과학기술계 지원 학생 중에서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학생의 비율은 IT에 밀려 더욱 더 적으며, 그 나마 실력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물리학의 현실

‘더더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쥐꼬리만큼의 기초과학 지망생 중에서도 요즘 소위 뜬다는 BT 분야에만 학생들이 몰린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온통 유전자, DNA, 게놈 등등 하면서 세인의 관심과 나머지 인재들이 생물학 관련 분야에 몰리고 있다.

또 다른 일간 신문을 보자. “경기 고양시 A고교의 3학년 학급은 인문계 6개, 자연계 4개 반이다. 남학생이 이과로 몰린다는 전통은 깨진지 오래다. 학생 수는 자연계와 인문계가 3대7 정도이지만, 교사 수급을 위해 자연계 학급을 억지로 하나 늘렸다. 물리 담당 정모(32세) 교사는 “새 교육과정에서 물리를 선택한 학생이 20여명 미만이 된다면 학교는 현실적으로 그 학생들에게 다른 과목을 듣도록 종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더더더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특수목적고 및 대규모 학교를 제외하고는 물리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수가 학교당 20~30명이 채 못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다시 말하면, 그나마 새끼 쥐꼬리만큼 있는 물리학이 좋아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수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현대 과학기술 문명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전기, 에너지, 컴퓨터, 반도체, 통신기기, 로봇, 자동화 시스템, 인공위성, 기상관측, 자동차, 첨단건축, 교통, 스포츠, 영상, 미디어 등등 우리 주변의 그 어느 것 하나 물리학과 떨어져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 걸쳐 대학의 ‘물리학과’는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에 밀려 그 명칭조차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 교양과목 중 하나였던 ‘일반물리학’은 이제 이공계 학생들조차 수강하지 않고, 많은 대학들에서 물리학과의 석·박사 과정은 정원을 못 채우고, 유능한 교수진과 상당한 실험장비가 갖추어져 있어도 학생이 없어서 이를 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물리학회에서는 최근 대학의 일반물리학 교육을 진단하기 위해 전국의 14개 국·공·사립대학에서 일반물리학을 수강하는 약 3천명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의 일부를 간추려보면, 수능시험에서 물리를 선택했던 비율은 32%, 이들 중에서도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비율은 25%에 지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고교 물리교육의 문제점으로 실험을 하지 않음(18%), 수능시험 위주의 문제풀이(16%), 어려운 내용(15%), 공식 위주의 암기(13%)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고교 물리교육이 생활주변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실험 및 원리 이해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의 일반물리학 강의에 대해서는, 40%의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은 무조건 외운다고 고백했다. 약 20%의 학생들만 다양한 물리실험과 실제적 응용분야가 강의시간에 다뤄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65%의 학생들은 강의방식이 칠판에만 의존한다고 대답했다.

미래를 위한 제언

분명 현재 물리학과 물리교육은 위기에 처해 있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일 수 없다. 따라서 필자는 다음의 사항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생들의 입장에서 눈높이를 맞추고 물리학 교육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의 흥미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 물리학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의 물리학이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에 적절히 대처하는지, 다양한 사회의 필요를 충족하고 있는지, 혹시 물리학자만을 위한 물리학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대학과 정부는 물리학을 포함한 기초과학에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초과학의 성격상 국제 경쟁에서 한번 뒤떨어지면 가까운 미래에 만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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