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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성찰과 고뇌 부족으로 삶과 학문 분리돼
지적 성찰과 고뇌 부족으로 삶과 학문 분리돼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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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첫 집담회 열어
자생적 학문의 탐색을 내걸고 지난 10월 27일 발족한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회장 이기상 한국외국어대 교수·철학)이 모임 결성 뒤 문제의식을 처음으로 정리해냈다.

지난 1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광릉수목원내 광림세미나하우스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한국에서 학문하기의 문제-근대성과 학문’(신승환 가톨릭대 교수·신학), ‘우리말로 학문하기’(정현기 연세대 교수·국문학), ‘같음과 다름’(노동은 중앙대 교수·음악학), ‘황색 피부·하얀 가면: 철학의 식민화’(이승환 고려대 교수·동양철학), ‘심리학의 용어와 개념: 문화성의 제기’(한규석 전남대 교수·심리학) 등이 발표됐다. <관련기사 있슴>신승환 교수의 문제제기가 여운을 남겼다. 그는 “오늘날 한국에서의 학문은 서양학문, 철학에서는 서양철학 내지 서양 형이상학에 대한 강박증에서 기인하는 역기능을 지니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우리학문 하기’의 학문 내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학문 내적 문제는 대체로 ‘수입학’의 문제에서 오는 것인데, 이는 △학문 규범의 상실 △주변부의 비애 △성찰성의 결여 △현실과 삶에서 유리된 학문하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자생학문이 창출되지 못한 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신 교수는 “서구 중심주의에 빠져 자기 것과 자기의 학문을 비하하는 학자들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연구주의와 매명주의·대중추수주의에 빠져 학문의 엄격성을 왜곡하거나, 근대 학문 역사의 일천함에서 오는 서구 이론 추종, 지적 정직함과 치열성 부족, 지식인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성찰 결여 등이 자생학문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또 자생학문에 대한 탐색을 업수이 여기는 한국사회의 문제도 거론했다. 학자들과 대중들의 소통 부재, 이에 따라 언론이나 학문외적인 요인들이 학문 내적인 이론의 형성과 담론, 토론과 논쟁을 결정하는 기이한 현상의 확대, 분단규율이나 레드콤플렉스·자본과 사학·신자유주의 논의가 횡행하는 사회 현실, 근대의 수용과 극복이라는 근대성의 문제 등이 학자와 학문을 조건짓고 있다는 분석.

‘우리말로 학문하기’라는 테제에서 알 수 있듯, 이 모임에 대한 오해가 없을리 없다. 신 교수는 우리 학문하기에 대한 주변의 오해를 의식한 듯, “결코 국수적이거나 민족주의적인 담론 형성이란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성적 성찰없는 학문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최익현 기자 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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