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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현장]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안을 둘러싸고 의견 분분
[대학현장]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안을 둘러싸고 의견 분분
  • 교수신문
  • 승인 2001.12.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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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03 08:50:56
서울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의 문제를 둘러싸고 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연구위원회(위원장 박오수 기획실장, 경영학과)가 발표한 서울대장기발전계획안 시안이 문제가 된 것.

장기발전계획안에 대해 소속 단과대학별로 의견도 판이하고, 단과대학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장기발전계획안에 대한 외부의 시선 또한 비판적이다. 서울대의 기본정책과 발전방향이 국립대의 역할에 부합되는가에 대한 회의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학운영체계 문제 △학사구조 및 운영 문제 △대학자원관리 문제 등으로 대학 행정의 모든 부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학운영체계에 있어 중점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무엇보다 총장선출방식의 문제. 기존의 총장선출방식에 대한 개선책의 일환으로 간선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과 1989년 민주화 운동의 산물로 얻어낸 직선제를 대학민주화의 결실로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들이 어지러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김재형 교수(법학과)는 “기존에 시행됐던 직선제는 학연·지연 등의 이해관계가 개입해 폐해가 많았다”며 “후보 2인을 선정한 후 전임교수의 가부 투표를 통해 과반수 승인을 얻은 후보자를 정부에서 추천하는 간선제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교수협의회를 비롯, 김수행 교수(경제학), 송호근 교수(사회학) 등은 “직선제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총장선출방식의 문제를 직선제와 간선제의 단순 대립 문제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대학원 도입에 있어서도 의견들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MBA와 로스쿨을 도입할 때 학부를 존속시키느냐의 문제, 의학전문대에 들어갈 경우 학부 4년 과정을 마쳐야만 하느냐 문제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MBA, 로스쿨과 관련해 현실성의 문제도 심도 있게 거론되는 중이다. 김재형 교수는 “사법시험제도가 지금과 같다면 우리 나라에 도입되는 로스쿨 과정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으며, 김수행 교수는 “MBA를 도입하게 되면 한정돼 있는 학생 정원수가 그쪽으로 몰리게 돼 기초 학문의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자원의 관리 문제와 관련, 남순권 강원대 교수(물리학과)는 대부분의 국립대가 서울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학사회 구조를 지적하면서 예산의 자율적 편성 및 사용을 보장하는 서울대의 독립회계제 도입 정책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남 교수는 “현재 거의 모든 국립대가 국가의 지원을 65∼70%를 받고 있는데, 만약 국립대들이 그것을 지원받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서 그만큼의 액수를 마련할 방법이 없는 국립대들은 지금보다 3배 가량 높게 등록금을 인상하게 돼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에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성명서를 발표한 서울대 교수협의회(회장 신용하 사회학과 교수)에서는 이번 장기발전계획안이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화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이를 폐기시키거나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을 밝혔다. 교수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학 외부인사를 끌어들이는 ‘정책심의회의’ 설치 반대 △총장 간선제도 반대 및 1인 1표제 총장직선제와 총장소환제 도입 △제반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전문대학원 설치 반대 △모집 단위의 획일적 광역화 및 모집·교육·행정 단위 분리 반대 △부교수 정년보장, 조교수 및 전임강사의 재임용제 적용 등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대가 성급하게 개혁방향을 정하고는 면밀한 검토 없이 개혁방안들을 시행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대학원의 도입이 서울대가 지향하는 목표와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장기발전계획에 나타나 있지 않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승종 경상대 교수(사회학)는 “총장의 권한 강화, 지배체제 개선, 학사 구조 및 운영의 개편 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연구중심대학으로 가려고 하는 서울대가 최근 박사과정 미달 사태를 겪지 않았는가. 지금 서울대가 고민해야하는 것은 서울대의 정체성 문제 즉 무엇을 위한 연구중심 대학인가이다”라며 따끔하게 충고했다.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안 시안에 대한 논란은 12월 확정안이 나올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며, 일각에서는 확정안이 나온 이후에도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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