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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보장제 사실상 폐지
정년보장제 사실상 폐지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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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 무엇을 담았나
교수의 연구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의 마지막 보루인 ‘정년보장제도’가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관련기사 3면>교육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계약제로 임용되는 신임교수들은 법적으로 정년보장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교육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계약제 교수는 “대학의 장과 상호계약에 의하여 근무기간·급여·근무조건, 업적, 성과약정, 재임용 조건 및 절차를 정해” 임용될 뿐 정년보장 방식으로 임용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현재 부교수 이상의 교수들이 정년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은 교육공무원임용령 제 5조 2에서 “신규채용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교수 및 부교수는 정년까지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항이 개정안에서 완전히 삭제된 것이다.

김홍구 교육부 대학행정지원과 사무관은 “정년보장 규정은 삭제됐지만, 정년보장교원 심사조항은 살아있기 때문에 대학이 자율적으로 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약제 교수의 정년보장 권한을 대학에 완전히 위임했다는 설명이다. 법적으로는 정년보장제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대학이 알아서 교수의 정년보장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 그간 교육부는 계약제를 도입하더라도 정년보장제도는 유지한다는 원칙을 거듭 밝혀왔지만, 개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강덕식 경북대 교수회 의장(의학과)은 “법이 정년보장제를 포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교수가 시간강사로 전락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개정안대로면 대학이 마음먹기 따라 얼마든지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교수를 채용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쫓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계약제의 적용범위를 내년 1월 1일 이후부터 임용되는 신임교수로 국한하고, 올해 12월 31일 이전에 임용된 교수는 현행 기간제 임용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교수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온 계약제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것이다. 개정안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교수들의 신분도 크게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개정안을 통해 드러난 교육부의 의도는 기존 교수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신임교수들에게는 더욱 강력한 임용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교수들도 자신이 원할 경우 계약제로 임용될 수 있는 근거조항을 포함시켰다.

문제는 교수의 정년보장 규정을 대학에 맡길 수 있는 사항인가 하는 점에 있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과)는 “교육공무원임용령을 준용하고 있는 사립대 교수임용 규정상 정년보장 항목을 법에서 삭제하고 대학에 전권을 위임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형식적으로는 대학의 자율적 결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임면권 남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년보장은 교수의 신분안정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점에서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교육부는 대학과 관계부처의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해 빠른시일안에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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