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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에서 ‘2백억대 기부’ 까지
‘석궁’에서 ‘2백억대 기부’ 까지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12.24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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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화제가 된 교수들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50세)는 자신의 소송에 패소 판결을 내린 담당 판사에게 석궁을 쏘아 새해 초부터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김 전 교수가 중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부당 재임용 탈락에 맞서 10년 넘게 싸워온 일이 알려지면서 교수 부당해임 문제가 동시에 불거졌다. 교수단체는 ‘김명호 교수 구명과 부당 해직교수 복직 및 법원과 대학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해 김 전 교수 구명운동과 복직활동에 나섰다.

김 전 교수는 사건 이후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김 전 교수는 항소했고 지난 14일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동부지법에 법관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500여명의 부당해임 교수가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지루한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 교수 부당 해임·재임용 탈락이 계속되는 이상 제2, 제3의 김명호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59세)은 올해 대선출마 여부를 놓고 큰 관심을 받았다. 정 전 총장이 지난 4월 열린 <교수신문> 15주년 창간 기념식에 강연을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언론사 카메라가 그에게 집중된 일은 정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여부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였음을 보여준다.

정 전 총장은 그러나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며 학자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제기한 정치참여를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지키기 어려웠다고 강단으로 돌아온 배경을 설명했다. 본격적인 대선정국 뒤에도 정 전 총장은 철저히 학자로 지내왔다. 그럼에도 정 전 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이어지고 있다.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정 전 총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다시금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35세)만큼 올해 상반기 언론에 매일 이름을 올리다시피 한 인물은 없다. 신 전 교수의 학력위조 사건으로 대학·교수사회가 받은 충격은 당분간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역설적으로 신 전 교수 파문이 불거지면서 유명인사의 학력위조 사태가 줄줄이 드러났다. 일각에선 “신 전 교수 사건은 학력중심주의 사회의 병폐가 드러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사태 이후 학계는 학력위조, 가짜학위를 없애기 위한 자정운동에 돌입했다. 대교협은 학력검증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교수들이 주축으로 설립한 ‘사회정의시민행동’은 학위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71세)의 개혁 드라이브는 현재 진행형이다. 테뉴어 심사 결과 38명 중 15명(39.5%)의 교수를 탈락시키자 교수사회는 술렁였다. 카이스트 내부에선 “1~2년 남은 재개약 기간 안에 같은 분야 국내외 학자들에게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면 카이스트를 떠나야 한다”는 서 총장의 말을 단순한 ‘경고성 발언’으로 넘기지 않는 눈치다.

서 총장의 개혁 대상은 교수에 국한하지 않는다. 학점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은 연간 1천500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징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부 학생이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등 반발조짐이 일고 있다. 대학가 의견은 분분하다. 개혁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지만 카이스트의 시도를 다른 일반대학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62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법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재판부는 지난달 1심과 같이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강 교수는 대법원에 곧바로 상고했다.

무엇보다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논란이 뜨겁다. 연구의 자유는 보장하나 학문의 자유는 제한할 수 있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문의 자유를 ‘학문적 활동에 관해 공권력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는 자유’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학문의 자유를 침해당한 학자들은 냉전시대를 지난 지금도 나오고 있다.

송명근 건국대 교수(56세) 부부가 2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 공익사업에 쓰겠다고 서약한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사회는 크게 놀라는 분위기다. 알게 모르게 기부를 계속하는 교수도 많지만, 아직 교수사회의 기부문화가 일상화돼 있는 것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송 교수는 “사회생활로 번 돈은 다시 사회로 돌려주는 것이 인생철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 교수는 사회 환원에 관한 세 가지 원칙으로 △심장병 연구에 쓸 것 △소외된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쓸 것 △버려진 고아들을 위해 쓸 것을 제시했다. 현재 송 교수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평범하게 봐달라는 뜻이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59세)은 지난 10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았지만 대학 구성원이 사퇴촉구 성명서를 내는 등 크게 반발하자 사퇴했다. ‘위원장직’을 맡을 당시 박 총장은 “전문가로서 참여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른바 ‘폴리페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참여정부 요직에 교수가 대거 포진한 점이 논란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선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 가운데 학문적 업적을 이룬 중량급 교수가 아닌 무명급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무분별한 ‘정치권 줄대기’를 비판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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