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한강 ‘중지도’를 유력한 이전터로 물색해왔지만 서울시로부터 돌아온 것은 ‘불가’ 답변이었다. 지난 3일 고건 서울시장은 “문화부로부터 중지도를 미군 헬기장 터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한강대교 중앙이라는 위치와 교통안전 문제 등을 감안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반병호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추진기획단 사무관은 헬기장 이전 문제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어떻게든 해결 될 것”이라며 “이전 문제는 국가 대 국가의 일이다. 여유를 두고 신중히 계획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팎으로 불거진 국립중앙박물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박물관 이전과 건립에 따른 졸속행정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동 목원대 교수(건축학과)는 “용산이 박물관 터로 선정된 별다른 까닭이 없다. 단지 ‘빈땅’이었기 때문이다. 동선도 좋지 않고 위치도 좋지 않아 적합하지 않다는 자문을 내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종건 경기대 교수(건축대학원)는 “어떤 걸림돌이 있더라도 박물관 건립은 강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권 말기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박물관 설립계획을 다시 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미 내부설계 변경 등으로 여러 차례 공사기간을 늦춰 2003년 12월을 완공목표로 잡고 있지만, 헬기장 이전 문제로 공사기간을 다시 늘리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반병호 사무관은 밝혔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가 국립중앙박물관 문제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는 것이다. 현재 박물관 건립에 따른 모든 책임은 박물관장에게 넘겨진 상태이다. ‘국립’이라는 위상과 이름이 무색하도록 무심한 정부와, 무리한 버티기로 일관하는 미군 사이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광복 후부터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