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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덕어미의 귀엣말을 들어보자
뺑덕어미의 귀엣말을 들어보자
  • 노이정/연극평론가
  • 승인 2007.12.1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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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달아 밝은 달아>(최인훈 작, 이윤택 연출, 세종 M시어터, ~12.16)

연극 예술 즐기기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무대 안에서 맛볼 수 있는 희곡 텍스트의 향기, 배우의 몸의 질감, 연출의 독창성, 무대의 상상력 등 짚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연극 예술의 매력을 느끼려면 우선 극장에 가야 한다. 입구부터 우리를 맞는 반가운 문화의 아우라, 같은 관객끼리 갖는 동질감, 로비에서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차 한 잔과 가끔은 로비에서 무료로 들려주는 생음악, 저렴한 가격에 건강하게 챙길 수 있는 간단한 저녁식사 같은 것들은 우리가 일상을 벗어나 도시의 쉼터인 극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서비스다. 불행하게도 이런 문화적 안식처로서 극장을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없다.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이 세종 M시어터로 재개관했다. 안타깝게도 현대공연예술의 입체성을 감상할 수 있는 극장으로 탈바꿈하진 못했다. 차 한 잔 없는 건조한 분위기는 아쉽지만 로비의 큰 창을 통해 시원스레 들어오는 세종로의 밤풍경은 낭만적이다. 개관기념공연으로 서울시극단에서 마련한 <달아달아 밝은 달아>는 최인훈의 1979년 작 희곡으로 우리가 쉽게 무대에서 접하기 힘든 공연이다. 한국 전통연희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중견연출가 이윤택이 무대화를 맡았다.

일견 민족주의 텍스트로도 보이는 <달아달아 밝은 달아>는 심청 이야기를 모티브삼아 성속을 뒤집는 상상력으로 초연 당시 논란에 휘말렸던 작품이다. 문학성과 상징성 면에서 한국 희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최인훈 희곡의 매력과 현실 환기력은 십여 년이 지났어도 감쇄되지 않았다. 정제된 듯하다가도 질펀한 농담이 오가고 아무렇지 않게 잔혹한 이미지가 이어지는 그의 희곡 중에서도 이 작품은 특히 해학풍자 요소가 돋뵌다.

이번 무대에서 작품의 표현주의적 성격은 강조되어 결말이 동시대로까지 연결된다. 대사와 소리, 침묵이라는 작가의 언어는 배우의 몸과 음악이라는 구체적 언어로 바뀌었다. 심청 역 김소희의 열연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장면에서 무대 오른편을 지키며 원맨쇼를 보여주는 강지은의 희극 연기가 연극에 흥을 돋운다. 최우정 작곡의 국악 생음악도 자연스레 무대를 감싼다.

노이정/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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