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교수는 자신의 저서 ‘이문열과 김용옥’에 대한 기본 발췌를 시작했다. 강교수는 지식인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담론은 담론, 이론은 이론, 실천은 실천이라는 언행불일치가 지금까지 ‘세상사는 상식’으로 통용되어 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것이 바로 지식인 개인의 모습이자, 얽히고 설킨 지식인 집단 전체의 모습이다. 이론과 실천이 현저히 다른 두 얼굴의 삶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는 것이 강교수의 주장.
그런 맥락에서 ‘엘리트주의’로 무장하고 ‘극우언론’과 찰떡궁합을 맞추면서 ‘곡학아세’를 일삼는 작가 이문열(을 비롯한 지식인들)을 ‘당연히’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이쯤에서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깨끗한가’ 라는 반발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도덕이나 지식인의 ‘인격’이 비판 대상이 아니다. 그 둘은 명확히 다른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포럼 회원들은 강교수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조금 과격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순화를 통해 지식인들을 더 많이 ‘내 편’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었지만, 김승수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강준만 교수의 글쓰기가 과격하다고 하는데, 조선일보와 함께 놓고 보면 너무 부드럽다. 오히려 더 과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솔직히 부담스러워서 강교수의 글을 안 읽는다”는 아무개 교수는 “전문가들만의 규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강교수의 작업들은 전문 영역을 너무 풀어헤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교수의 쉬운 글쓰기 방식을 비판하는 이들이 바라는 ‘어려운 글쓰기’는 ‘지식폭력에 길들여진 때문’이라는 데까지 나아갔다. 지식폭력은 곧 ‘서울대 문제’로까지 확장됐는데, 강교수는 “대중적 글쓰기 자체를 불쾌해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강준만은 서울대를 나오지 않은 피해의식 때문에 서울대를 비판한다’는 주장을 펴는 이가 국졸 출신의 시인이라든지, ‘각주라고 달아놓은 것이 전부 신문, 잡지들뿐이다. 강준만 무식하다’라는 네티즌의 비판들이 그런 맥락이다. 사회학과의 아무개 교수는 그들이 보이는 비판 행태를 ‘지식에 대해 주눅든 사람들’이라고 진단했고, 많은 교수들이 ‘지식에 대한 집단적 공포심’이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렇듯 목요포럼 회원들이 1시간 30분 가량의 모임을 통해 가장 공감한 부분은 바로 ‘지식폭력’에 관한 것이었다. 지식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부지불식간에 휘두르게 되는 엘리트의식과 지식폭력이라는 데 모두들 공감하는 것은 곧, 지식을 특화 시켜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한 데에 일정량의 책임이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지식인 실명비판이라는 화두를 던져놓은 강준만 교수의 지적작업이 동료 사회과학자들과 공감하는 자리라는 의미와 함께, ‘지식폭력 깨기’라는 새로운 고민을 각자 나눠 가진 듯 보였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