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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의 秋霜熱日 기상 재조명 큰 자리
남명의 秋霜熱日 기상 재조명 큰 자리
  • 강연희 기자
  • 승인 2001.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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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7 09:29:52
동시대에 태어나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갔던 두 학자에 대해 비교, 평가하는 자리가 활발하게 마련되고 있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바로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퇴계와 남명 탄생 5백주년을 맞아 그동안 퇴계의 그늘에 가려져 제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남명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지난 11월 16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날의 주제는 ‘남명 조식선생의 생애와 사상’으로 윤사순 고려대 교수(철학), 강신표 인제대 교수(문화인류학), 남명진 충남대 교수(철학), 금장태 서울대 교수(종교학), 이광호 연세대 교수(철학)와 樓宇烈 북경대 교수(철학계), 楊祖漢 대만중앙대 교수(중문계), 鄭家棟 중국사회과학연구원 교수가 참여해 남명의 학문 세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鄭家棟 중국사회과학연구원 교수는 ‘남명 조식의 철학사상’에서 남명 철학을 心學化한 주자학으로 본다. “남명의 학문 방법과 학술 맥락을 살펴보면 남명은 주자와 근접하고 상산과는 거리가 있다”며 남명이 상산의 견해를 묵수한다는 퇴계의 비판이 온당치 않음을 밝혔다.

정가동 교수에 따르면 남명은 상산과 달리 知를 중시하여 궁리를 강조한다. 그의 학문의 특색은 주자학이라는 정통을 표방하여 경계를 엄격히 가르는 것이 아니라 각 사상의 장점을 취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있다. 이런 배경때문에 조선 성리학의 정통에서 벗어난 이단아로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이광호 연세대 교수(철학)는 남명과 퇴계의 서신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정리하여 ‘남명과 퇴계의 상호비판과 응답’을 발표했다. 남명과 퇴계는 갑자·기묘·을사사화를 겪으면서 유교적 도덕정치를 실현하고자했던 유학자로서의 고뇌를 느끼고 자신이 처한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두 사상가는 같은 시대의 대표적 유학자로서 공유한 점도 많지만 현실관과 처세관에서부터 학문관과 공부론에 이르기까지 상호간에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남명의 입장에서는 퇴계가 형이상학적 논의를 일삼으며 하학적 실천을 무시한다고 비판하고, 역으로 퇴계는 남명이 일상적이고 평이한 유학의 중용의 세계를 버리고 고원한 세계에서 노닐며 고원한 가르침을 베푼다고 비판한다. 이것은 서로가 상대방을 형이상학적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남명에게 형이상학적 세계가 있다고 지적할 때 노장사상의 핵심개념을 주로 사용하고 있음을 종종 보게된다. 이에 대해 이광호 교수는 “유가적 의미의 하학과 연결된 상달세계라기보다는 하학과 분리된 초월적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남영 남명학회 회장(서울대 교수, 동양철학)은 “그동안 남명학 연구가 진주를 중심으로 지방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서울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담당하고 나서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의 유학 사상을 중국의 주변문화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학의 한국적 실현”이라고 학술대회의 의의를 밝혔다.
인조반정이라는 역사적 계기로 인해 남명학파의 맥이 끊긴데다 퇴계의 문하에 서있지 않는 사상가들은 무시되거나 폄하된 것이 우리의 학계의 실정이다. 이제는 남명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차례이다.
강연희 기자 alles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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