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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는 인류상식 위배 … ‘평화 위협’ 지적할 것 ”
“야스쿠니는 인류상식 위배 … ‘평화 위협’ 지적할 것 ”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11.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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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미국서‘야스쿠니 풍자만화전’ 여는 고경일 상명대 교수

풍자만화 작가인 고경일 상명대 교수(39세, 만화애니메이션학부·사진)가 오는 11일까지 야스쿠니 풍자만화전을 미국 현지에서 연다. 민족문제연구소,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지난 7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출국을 앞두고 한창 바쁜 고 교수를 지난달 29일 만났다. 들어보니 고 교수는 일본과 유독 인연이 깊다. 그는 교토 세이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1년 상명대로 자리를 옮겼다. 스스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7년을 일본에서 보냈다”고 한다.

“대학원 시절 옴진리교 풍자만화를 그렸는데 교수가 제 작품을 철거하더라고요. 은사님은 ‘일본에서 오래 살고 싶으면 종교단체, 우익, 천황에 대한 만화를 그려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특히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고 교수는 “잦은 협박을 받고 점점 우경화하는 일본이 피곤하던 찰나 상명대 교수가 돼 한국으로 왔다”고 말했다.

야스쿠니 풍자만화를 그려온 이유에 대해서도 고 교수는 “야스쿠니는 한·일간, 대만·일본간 문제뿐만 아니라 인류보편 상식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야스쿠니를 ‘나치 추모시설을 독일 베를린시 한 가운데 세우는 일’에 비유하면서다.

작품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따라서 ‘평화’다. “전쟁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종교자유를 억압하는 등 야스쿠니는 평화를 위협해 왔다. 이 문제를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고 교수는 전한다.
미국에서는 전시회와 함께 피해자 증언대회, 국제학술심포지엄 등이 열린다. 현지 언론과 유엔에 야스쿠니에 반대하는 뜻을 알린다는 게 목표다. 지난 6개월간 학부생과 작품을 준비해 고 교수의 작품 25점, 학생 작품 25점을 전시한다.

그에게 풍자만화의 의미를 물었다. “풍자만화는 외롭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판하려는 대상을 풍자하다보면 상대방은 안 좋은 감정을 갖죠. 그래서 적이 많아요. 권위주의 시절엔 민주화운동으로 정권이 바뀌면 풍자만화는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더 많아지네요.”
고 교수는 “풍자만화는 정권이 아닌 권력을 풍자한다”고 말한다. “권력의 횡포가 계속되고 권력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풍자만화는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한 가지, “풍자만화는 배고파요. 작품을 팔수도 없죠. 그나마 저는 대학교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니 다행이랄까(웃음).”
고 교수는 앞으로도 풍자만화를 그릴 것이고 특히 “일본을 끊임없이 풍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본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싫어하면 관심조차 갖지 않겠죠.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의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가길 바라면서 관련 작업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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