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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축소된 ‘대학평의원회’ 구성조차 삐걱
역할 축소된 ‘대학평의원회’ 구성조차 삐걱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7.09.16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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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_ 사립학교법 재개정 이후 대학‘정관’ 개정 진통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따른 정관 개정 문제가 사립대학 곳곳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는 사립학교법에서 주요 내용을 정관에 위임하면서부터 예견됐던 문제였다.

사립대학들은 올 7월 사립학교법이 재개정됨에 따라 법인 정관 변경 등 후속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법인 정관에 반영될 사항은 △일부 정관 변경 사항에 대한 사후보고제 실시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제도 신설 △이사장의 겸직 금지 의무 완화 △학교 장의 중임제한 완화 △대학평의원회 일부 기능 자문사항 조정 등이다.

갈등의 핵심은 ‘이사회’ 구성과 관련 법인과 학내 구성원들의 참여 지분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다. 이는 구체적으로 이사회 구성을 위해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당국과 학내구성원간의 대립각이 세워지는 곳도 이곳이다. 그래서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놓고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교수·직원·학생·동문 등의 대표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는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부터 대학 주요 사항에 대한 심의·자문을 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 대학평의원회를 정관에 규정만 해놓고 장기간 ‘개점’도 못한 대학이 대다수다. 대학평의원회에 참여하는 각 구성원 대표를 누가 추천하는지, 각 구성원 대표간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 대학당국과 학내 구성원간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 대학들이 임의기구인 교수협의회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아 교수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다.

최생림 한양대 교수협의회 회장(경영학부)은 “교수협의회가 임의기구라는 이유로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아 기존에 단과대학 교수협의회 임원단으로 구성된 교수협의회 운영위원회를 학칙기구화 했다”면서 “교수대표를 선출하기 까지 꼬박 1년여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서강대도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 5월 정관에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했지만 대학평의원회는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대학측에서 제시한 단과대학 교수회의에서 교수대표를 추천하는 방안을 교수협의회가 거부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 최근에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교수대표를 선출했다.

연세대는 지난 7월 열리기로 예정된 이사회가 직원노조의 실력행사로 연기되는 등 대학평의원회 구성 문제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연세대는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도 정관에 반영하지 못했다. 장원식 법인사무처 부처장은 “재개정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 논란이 분분했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대학 구성원간 대표 비율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는 대학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건국대, 경기대, 중앙대 등에서 대학평의원회가 가동 중이다. 하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 이후에 대학 평의원회가 유명무실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홍연표 중앙대 대학평의원회 의장은 “(대학평의원회 권한이 축소되면서) 이전에 학생들 시위와 직원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더 얻을 수 있는게 없게 됐다”면서 “‘추천위원회’에 법인이 들어오면서 사실상 법인이 추천한 인사가 개방이사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냐”고 반문했다.
홍 의장은 “재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 법인측 추천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면서 애초 개방이사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고 평가하면서, “법인 쪽에 명분을 더 실어주는 법을 與黨이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현행 사학법은 이사의 임기가 만료됐을 때 전체 이사의 4분의 1이상을 개방이사로 새로 선임하도록 명문화했기 때문에 개방이사 선임을 위해서는 대학평의원회와 ‘추천위’ 구성이 필수적이다. 대학평의원 구성이 지연되다보니 법인 이사회 운영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사립대학 법인이사회에서는 이사 공석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3월 이사 1명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개방이사를 선임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공석 상태다. 고려대 법인 관계자는 “법인에서 대학평의원회 규정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선임해야 할 개방이사자리가 공석이긴 하지만 이사회 운영에 큰 차질이 없어 일단 대학당국의 평의원회 구성 완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에 따른 정관 변경도 이뤄지지 않아 이사 선임이 장기간 미뤄지고 있다. 숭실대 법인 관계자는 “법이 자주 바뀌어 이번 재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확정되면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숭실대의 한 교수는 이사 선임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법인 쪽에 유리하게 재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령도 확정 안됐는데 껄끄러운 개방이사를 먼저 선임해야 할 이유가 있겠냐”고 말했다.
아주대는 이번 재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법인 정관을 개정했지만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아직까지 못하고 있다. 아주대 법인 관계자는 “전체 이사 12명 가운데 5명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17일까지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정관 개정을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일부 교수들은 “역할이 축소된 대학평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는데, ‘정관’ 개정에 과연 교수와 구성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될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정관 개정은 법인측의 몫이다. 그러나  구성원과의 열린 대화, 투명하고 합리적인 공론화 과정은 생산적인 대학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다. 개정의 귀추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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