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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총체적 위기 그 해법은
대학의 총체적 위기 그 해법은
  • 교수신문
  • 승인 2001.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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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31 11:22:09
정부의 장밋빛 구호와 청사진 뒤로 한국의 대학은 지금 신음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 대학정책들은 교육현장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고, 수 년째 거듭되는 대학분쟁의 골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어디 그 뿐이랴. 경쟁력의 담론 속에서 교수의 신분은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고, 학문후속세대들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바야흐로 대학은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이 가운데 7개 교수단체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위기 극복과 대학개혁을 선언하고 나섰다. 우리신문은 기자회견 직후 7개 교수단체장과 자리를 같이했다. 지금의 대학 위기가 어디서부터 오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좌담 내내 교수단체장은 조금씩 입장차를 보이긴 했으나 대학의 위기는 정책당국의 통제, 실패한 교육정책, 전근대적 대학운영구조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교수단체장들의 고민을 지면에 옮겨본다.

참석자
고홍석 /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상임회장(전북대)
박거용 / 전국교수노동조합(준) 공동위원장(상명대)
심익섭 /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상임회장(동국대)
이용구 /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상임회장(전 경문대)
정해구 /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성공회대)
최갑수 / 전국교수노동조합(준) 상임위원장(서울대)
황상익 /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서울대)
황한식 / 전국대학교수회 상임회장(부산대)
사회 : 안길찬 보도차장

때·곳
2001년10월 22일·참여연대 2층강당

상처받은 대학의 권위 회복 관건

“지원은 하되 통제하지 않는 교육정책으로 발상 전환해야

대학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 "계약제연봉제가 강행되면 교수협의회의 노조전환을 적극 검토할 수 밖에 없다"
고홍석 : 신자유주의 물결이 대학에 휘몰아치면서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교육철학마저도 경제원리와 상업성에 점거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속에서 취업을 얼마만큼 잘 시키는지가 중시되고 인기학문만 부각되며 기초학문은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방적이고,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교육정책을 입안해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대학의 주체인 교수, 직원,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말이죠. 그렇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공할 리 만무합니다. 입시제도가 끊임없이 바뀌었지만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 단적인 예입니다. 또다시 계약·연봉제, 국립대발전계획 등 갖가지 방안들이 대학을 완전히 시장경제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로 대학의 황폐화가 우려됩니다.

황한식 : 고 교수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문제는 이 위기가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있느냐는 점인데 저는 평소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학간 ‘서열구조’입니다. 이는 바꿔 얘기한다면, 인재의 독과점을 의미합니다. 대학의 특성화라는 것도 사실 대학간 서열구조가 약화되고, 공정한 경쟁 시스템이 마련돼야 가능한 얘기입니다. 지금처럼 서울대를 정점으로 대학의 서열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특성화는 어불성설입니다. 입시문제를 푸는 열쇠도 서열구조의 약화입니다. 둘째는 대학의 ‘지배구조’ 입니다. 한국 대학의 지배구조는 전근대적인 요소가 다분합니다. 국·공립대는 정부의 통제 시스템이, 사립대는 법인의 통제시스템이 강하게 작동해 지금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 "교수노조가 교수신분 위기극복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중요 기지는 될 수 있다"
황상익 : 대학위기의 핵심은 대학 자치가 훼손됐다는 데 있습니다. 자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대학운영방식은 구성원들의 소통을 통한 자치를 생명으로 합니다. 그런데 안팎의 통제로 인해 대학의 자치와 자율은 심하게 상처받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부, 국가 권력, 사학법인, 대학 내에서 총장, 본부, 교수와의 관계가 심한 갈등을 빚고, 그런 문제로부터 교육철학의 위기, 정책의 위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최갑수 : 한국의 고등교육은 그 틀부터 잘못돼 있습니다. 사립대가 고등교육의 80%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이 입증하듯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빈약합니다. 산업이 엄청나게 고속성장하고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되었지만 대학의 운영구조는 구태를 벗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대학은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학부중심의 대학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연구가 없는 대학이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가 경쟁력이 강조되면서 대학의 연구력도 강조됐습니다. 대학은 연구능력을 갖출 시간도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세계화의 분위기 속에 휩쓸렸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대학에 연구 능력을 요구했습니다. 최근에는 모든 책임을 대학과 교수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최근 교육부 정책은 그나마 지금까지 해온 대학의 역할까지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심익섭 : 대학의 위기는 공간적·내용적 위기로 나눠집니다. 공간적 위기는 안으로부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밖으로부터 심한 압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뜻합니다. 내용적 위기는 권위의 상실과 정책의 실패를 말합니다. 이 두 위기는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권위의 상실은 대학위기의 주 요인입니다. 대학의 권위는 국가권력과 사학법인의 압력으로 인해 상처받고 있습니다. 교수의 권위도 엄청난 압력속에서 추락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이나 법인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각 주체간의 관계에서도, 교수들은 소외되고 있습니다.

정해구 :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교육의 위기와 대학원생, 강사 등을 포함한 학문후속세대들의 위기입니다. 문제는 산업화, 민주화, 시장화가 진전되는 근대화 과정에서 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교육의 위기를 초래했죠. 과연 교육이 시장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정부 마음대로 하는 것이 공교육인지, 공동체를 위해서 어떤 노력 봉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등 적어도 관련당사자들끼리 교육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주체들간에 분열적인 모습이 나타났고, 그것이 축적돼 오늘의 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학문후속세대들의 위기입니다. 강사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합니다. 대학원생도 마찬가지인데, 갈수록 그 내용도 황폐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공부하는 이는 없고, 유학 갈 생각만 합니다. 대학원에 형식만 남고 내용은 없어진 것입니다.

 ◇ "법적 소송에 휘말린 분쟁 당사자에 대한 교수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용구 : 학벌 중심, 일류 중심, 학연 중심으로 관습화된 대학의 문제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대학이 진정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채 출세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대학의 위기가 나타났다고 봅니다. 그런 수직적 교육관점으로 보면 전문대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고 소외된 계층 중에서 가장 못난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들어가는 대학인 것이죠. 이 구조에서 가장 못난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가장 못난 경영자들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이 전문대의 현실입니다.

대학의 지배구조 개선 시급

최갑수 : 대학의 지배구조는 독일식과 미국식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대학은 ‘지원은 하되 지배는 하지 않는’ 자치의 원리를 근간으로 합니다. 독일의 대학관은 이후 영국과 일본의 대학에 영향을 미쳤죠. 반면 미국의 대학은 총장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면서 학사와 경영의 분리를 원칙으로 합니다. 학사 운영은 교수회가 맡고, 경영은 이사회가 장악합니다. 해방이후 한국 대학은 독일의 영향을 받은 일본식 대학관과 미군정의 영향을 받은 미국식 대학관의 충돌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대학관은 ‘지원을 하면서 지배한다’는 이상한 형태로 굳어졌습니다. 이것이 한국 대학의 지배구조가 지닌 모순과 왜곡의 시초입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죠. 교수노조는 기본적으로 대학 전체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교수들만의 의결기구화는 설득력이 약하다고 봅니다.

 ◇ 교육여건 개선 없이 진행되는 계약제 연봉제는 모든 책임을 교수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황한식 : 세상도 변하고, 교수도 변하고, 사회도 변했는데, 대학 지배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그러나 변화된 시대에 전근대적·관치주의적 대학 운영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이점에서 대학의 위기는 전근대적 지배구조의 위기입니다. 그러한 전근대적 지배구조하에서 진행되는 권위주의적 통치도 문제입니다. 사실 조직체 가운데 의결기구와 집행기구가 분리돼 있지 않은 유일한 곳이 대학입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시장이 있으면 시의회가 있고, 하다못해 친목회에도 감사가 있습니다. 국립대는 총장전권 체제하에서, 사립대는 법인전권 체제하에서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수들은 대학의 주체들이 대학운영 시스템의 한 축이 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교수회의 의사결정기구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홍석 : 일부에선 단과대학으로 권한을 분산해 대학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만 그것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총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대학내에 의사결정기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즉 교수회에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총장이 교수출신이었음에도, 총장만 되고 나면 교수들에게서 등을 돌립니다.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집중된 권력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심익섭 : 사립대의 지배구조는 국립대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사립대에는 법인이란 초거대 권력기관이 있고, 총장의 권한도 국립대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같은 사립대일지라도 사정은 천양지차입니다. 어떤 대학은 국립대보다 훨씬 나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지옥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분규 사학도 있습니다. 교육부가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실 사립대와는 무관한 얘기입니다. 사립대의 올바른 운영구조는 총장의 자율권이 최대한 보장되면서, 법인의 무분별한 대학운영 개입소지를 막는 관계기관이 법인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황한식 : 문제의 본질은 마찬가지라 봅니다. 사학법인을 중심으로 한 사립대의 지배구조, 정부의 통제와 총장의 전권 체제로 움직이는 국공립대의 지배 구조, 둘 다 문제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의기구로 돼 있는 교수협의회의 법정기구화가 절실합니다. 이는 국립대와 사립대의 공동과제라고 봅니다.

최갑수 : 교육부는 지원은 하되 지배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책의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립대의 경우 교육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총장이 직원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을 가져합니다. 내부적으로는 교수들의 의사결정의 참여가 보장돼야 합니다. 총장의 권한은 강화하되 견제돼야 한다는 것이죠. 교육부 앞에서는 무능하고 대학 안에서는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것이 총장들의 모습입니다. 그런 점에서 설립유형은 다르지만 국·사립의 운영구조는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대학지배구조도 큰 틀에서 공통된 모델로 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정해구 : 교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여론이 아래로부터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요구를 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주로 현장의 민의를 살피기보다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만 살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교육전문가가 아니고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굉장히 간단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개혁정책 역시 관료주의적 면모를 짙게 풍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결국 관건은 아래로부터 의견이 전달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황상익 : 정 교수님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국민들이나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겠지요. 이런 구조에서 교육정책은 지원은 하되 지배는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배는 하되 지원을 하지 않는 형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 현정부의 교육정책기조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신보수주의다
박거용 : 흔히 현 정부의 교육정책의 기조를 신자유주의로 평가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신보수주의적인 경향이 강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유주의라고 하면 그래도 개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개혁도 시간을 갖고 조절하면서 점진적으로 해 나가자는 것인데, 지금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수주의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교육의 공공성이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갈수록 통제를 강화하면서 지원은 줄이고 있죠. 지원을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대학의 공공성을 얘기하는데, 실제 양상은 재정지원은 점점 축소하고 통제는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공성을 폐기하고, 자유주의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인 성향을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용구 :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은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거니와 지금도 거의 없습니다. 이점에서 전문대의 교육여건이 황폐화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2001년도 졸업생수는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에 비해 많습니다. 그들은 재학기간동안 4년제 대학의 평균 85%에 해당하는 돈을 등록금으로 냈습니다. 그런데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4년제 대학의 2배인 80명 정도입니다. 전문대 교육이 이렇듯 황폐화된 이유는 소위 증축주의에 의해 학교가 마구 설립됐고, 마구 설립된 후에 전혀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백58개 전문대학 중에 70%가 한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설립 인가를 내놓고, 설립 인가 조건을 이행했는지 한번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들 가장 돈 벌기 쉬운 데는 전문대학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7~8개 전문대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모리배들이 전문대학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봐야죠. 교육부의 가장 큰 잘못입니다.

대학분규사태 해결책

심익섭 : 사학 분규에 대해 정부가 병주고 약주고 하는 것 같아서 참 답답합니다. 법은 사학분규를 방지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고, 분규가 발생하면 정작 늑장 대처합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학분규는 대부분 사립학교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법을 고쳐달라고 요구하지만 교육부는 손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분쟁의 근본원인은 그냥 두고 매번 땜질식 처방만 드문드문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교육부가 책임 있게 이 부분과 관련해서 관리를 제대로 해줘야 합니다. 일단 잘못된 제도부터 빨리 손을 봐야 합니다. 사실 사학분규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용구 : 저는 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구속까지 된 바 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흉악범들과 함께 굴비 엮듯이 묶여 끌려가는데, 참 처절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분쟁 당사자들에 대한 교수단체의 지원문제입니다. 교총은 교원의 소송 건에 대해 한 사람당 1백5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교수단체의 경우 지원이 전무합니다. 이 부분은 단체들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해야 앞으로도 내부 고발자들이 나옵니다. 분규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에 대한 지원은 실질적으로 배려,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황한식 : 교수단체의 중요한 존재 이유가 사실 교권침해·탄압에 대해 대처하는 데 있습니다. 몇몇 중요한 교권탄압 사례에 대해 가시적이고 전략적으로 풀면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전에 분규를 예방하기 위해 조사권을 갖고, 교권 문제를 푸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는 교권위원회도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어쨌든 이 문제에 교수단체들은 최대한의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계약·연봉제 대응방안

박거용 : 내년부터 계약·연봉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발표한 것은 신임교수부터 적용하겠다는 내용뿐입니다. 문제는 교수사회가 두 제도를 개선해서 받아들일 것인지 전면 거부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인데, 개인적으로 전면거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거부하는 방향에 초점을 둬야지 조건을 완화하거나 수정한다면 이후에 더 큰 덫에 빠질 위험이 많다고 봅니다.

 ◇ 대학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교수들의 헌신때문이다. 계약제연봉제는 어불성설이다
최갑수 : 계약·연봉제는 미국의 대학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입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두 제도가 연구·교육의 질 향상과 큰 관련이 없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교육부의 계약·연봉제 도입 논법은 대학 사회의 경쟁력을 높여서 교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식입니다. 만약 이 목표가 가능하다면 저는 드러내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를 놓고 볼 때 경쟁력을 높이기는커녕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기본적인 성과까지도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 현재 교수 대 학생비율은 1대 40이고, 전문대는 1대 80입니다. 이런 교육여건에서 현재를 일궈낸 것은 그야말로 기적적인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도 잘 가르치고, 취직도 잘 시키고, 인품도 훌륭하게 하라고 교수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계약·연봉제는 교수들을 더욱 옥죌 것입니다. 교수라면 기본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고홍석 : 신임교수만을 대상으로 한 계약·연봉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선배 교수들이 후배 교수들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이점에서 국교협은 계약·연봉제를 전면 거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두 제도가 시행되면 교수는 비정규직 고용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교협은 최근 총회를 갖고 계약·연봉제가 강행 될 경우, 교수협의회를 노조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계약 연봉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교수협의회는 할 일이 없어집니다.

황한식 : 계약·연봉제 시행의 목적은 책임전가와 통제라고 봅니다. 전국대학교수회는 여건이 성숙하기 전까지 두 제도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습니다. 교육여건의 개선없이 진행되는 계약·연봉제는 대학위기의 모든 책임을 교수들에게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구 여건은 지극히 열악한데, 생산성을 높이라는 요구는 지극히 조악한 연구와 교육을 확대 재생산할 가능성이 큽니다. 교수의 비판적 기능을 꺾어 버리고, 대학 공동체를 와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죠. 이를 어떻게 거부할 것인가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우선 7개 교수단체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용구 : 전문대학 교수들은 계약·연봉제의 가장 심한 피해를 받게 됨에도, 제대로된 대책을 세우고 있지 못합니다. 전문대발전방안은 두 제도를 4년제 대학과 달리 모든 교수에게 적용하게끔 돼 있습니다. 교수단체들이 앞으로 활동을 벌여가는 데 전문대 교수들의 입장을 헤아려,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교수노조의 출범과 단체별 활동계획

심익섭 : 교수노조가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교련은 이후 설문조사를 통해 이에 대한 교수들의 여론을 모아갈 것입니다. 내용적으로는 결국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봅니다. 11월 중에 회원대학 교수들에게 대학의 위기 실상을 묻는 설문조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교련은 초미의 관심사인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을 교수들에게 알리고 교수협의회를 법정기구화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고홍석 : 계약·연봉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교수노조의 출범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입니다. 국교협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교수노조 설립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교협은 학생·직원들과 공동대책위를 꾸려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공대위는 국립대발전계획 저지를 위해 이달 중순부터 지역순회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황상익 : 계약·연봉제는 대학 전체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계약·연봉제와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노조가 유일한 방안은 아니지만 중요한 기지와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구 :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교수들만이 맞고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더 큰 테두리에서 보면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학문후속세대, 학생들의 문제도 아주 심각합니다. 교수사회가 여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리 :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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